“과거의 잘못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원칙에서 벗어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를 시정하고 단죄하는 일도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62·사법연수원 12기·사진)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16층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해 사법부가 역사상 없었던 시련을 겪었으며, 그 시련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취임식 분위기는 무거웠다. 1시간 전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했기 때문이다.
조 처장은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비난을 받는 현실을 언급하며 판사들에게 “뼈아픈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 오랜 세월 사법부의 닫힌 성 안에 안주하여 사회 변화와 시대정신을 외면해 왔던 것은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릇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사법부는 더 개방적이 되고, 더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처장은 판사들에게 “우리는 법대(法臺·법정에서 판사들이 앉는 곳) 위에서 내려보아만 왔다.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까운 곳과 작은 일에서부터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의견을 모으고 화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판사와 변호사를 거친 조 처장은 양 전 대법원장 퇴임 전인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조 처장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실을 거론하며 “어쩌면 저는 마지막 행정처장이 될지도 모르겠다. 저는 끝까지 배에 남아 항구까지 무사히 배를 인도하는 선장의 자세로, 제게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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