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차례 인상? 정해진 건 없어”, “지금은 관망” 속도조절 거듭시사
한은 통화 정책도 다소 숨통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이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쏟아내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차가 당분간 현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도 유연하게 통화 정책을 펼 여지가 커지게 됐다.
파월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이코노믹 클럽 대담에서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사전에 정해진 (금리 인상) 계획은 없다. 올해 미국 경제가 좋다는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경기가 좋지 않다면 금리를 섣불리 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 공개된 미 연준 의원들의 점도표에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두 차례로 표기돼 있었다.
그는 이어 “지금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인내하면서 관망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4일 전·현직 연준 의장 공동 인터뷰 때 나온 발언을 반복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4차례 이상 사용하며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뒤에도 미국 경제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분위기의 발언들이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리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가 현재 연 2.25∼2.50%에 머물 확률은 65.2%로 한 달 전(34.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금리 인상이 어렵다고 보고 있음을 뜻한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1% 떨어진 것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중앙은행은 물가가 내려가면 그만큼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사라지게 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연준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올해 2분기(4∼6월) 중 한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1.75%)는 미국과 최대 0.75%포인트 벌어져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멈추면 한은의 금리 결정에는 더 여유가 생긴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 경기 악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인해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경기에 대응할 필요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국 간 금리 차이가 1%포인트 이내에 머문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그만큼 한은도 유연한 통화 정책을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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