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감 찾기를 아예 포기한 인구가 지난해 250만 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107만3000명 가운데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가 15만4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구직 단념자는 52만4000명으로 늘어났고 취업을 준비하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늘었다. 현재 일을 하고 있으나 추가로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인구도 62만9000명으로 늘어 일자리의 양은 물론이고 질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 사회에 첫발을 디뎌보지도 못한 청년들의 취업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특성화고 취업률은 전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고 지난달 발표된 2017년 일반대 취업률은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고졸부터 대학원졸까지 사회로 처음 진입하려는 모든 청년이 유례없는 취업 한파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노동시장에서 세대 간, 노노(勞勞) 간 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 최근 평균 억대 연봉의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하는 동안 쏟아지는 고객들의 불만과 비판을 직접 감당해야 했던 이들은 월급 155만 원의 용역직 파견직 근로자들이었다. 시중은행들이 이자 이익으로 200∼300%의 성과급 잔치를 하는 동안 청년들은 최저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알바를 하며 일자리를 구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올해 경기 전망은 잿빛투성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내수 부진과 수출 위축으로 경기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올 1분기(1∼3월)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악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19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세금으로 단기 공공일자리를 늘렸으나 한계가 명백하다. 이제라도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투자가 일자리를 늘리도록 경제 활력을 살리는 정공법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청년과 여성 등 등 취업 시장에 들어와 보지도 못한 취약계층의 진입을 위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혁파하는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규제혁신과 신성장동력 확충으로 경제를 살려야 좋은 일자리가 늘어난다.
각 경제 주체들이 춘궁기를 함께 이겨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일수록 경기가 안 좋은 때를 좋은 인재를 뽑는 기회로 삼았다. 기업들은 일자리 창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대기업 노조들도 집단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청년들과 자녀 세대를 위해 양보하고 타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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