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이제는 공부만 중요한 시대가 아니라는 점에 공감한다. 춤이든, 미술이든, 랩이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게 ‘성공한 사람’이 되는 더 빠른 길이 됐다.
하지만 분야만 바뀌었지, 성공한 사람이 되는 길에는 중요한 열쇠가 한 가지 있다는 것도 안다. 바로 성취감이다. 목표를 정해놓고 이뤄보는 경험이 없다면 아이는 갈수록 자신을 의심하고, 결국 저성과를 내는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이기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게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긴다는 건 경쟁자들을 제친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해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이기는 습관이 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런 성취감을 그나마 가장 많이 느끼는 집단이 있다면 아마도 스타트업 종사자들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유니콘’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업 10년 안에 투자자들에게 10억 달러(약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된다는 게 신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일이라는 뜻에서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이라 불린다.
대표적 기업이 ‘토스’ 앱을 만들어낸 비바리퍼블리카다. 공인인증서 없이 간단히 송금할 수 있는 토스는 치과의사 출신인 이승건 대표가 만들었다.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다. 2013년 창업했지만 금융당국이 이 사업을 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는 데 1년 걸렸다. 사업에 필수적인 은행들의 협조를 얻는 데도 시간이 걸려 창업 2년 만에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3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12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본격적인 유니콘 기업이 된 것이다. 이 대표는 부모조차 말렸던 창업을 한 뒤 한 단계씩 목표를 이뤄가면서 이기는 경험을 하고 있다.
쿠팡, 옐로모바일, L&P코스메틱도 유니콘 기업들이다. 이들의 성공은 대표 한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고 같은 조직에 몸담은 조직원들의 성장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기는 습관보다 무서운 게 있다. 바로 태생적으로 타고난 이기는 DNA다. 그 유명한 ‘엄마 친구 아들(딸)’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기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지금 우리나라에선 엄친아(딸)가 바로 중국 스타트업들이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9’에 참가한 중국 스타트업들의 성장세는 놀라웠다. 삼성, 애플보다 한발 앞서 접히는 스마트폰을 내놓은 로욜, ‘테슬라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은 전기차업체 바이톤 등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로욜은 실리콘밸리 유학생 3명이 6년 전 만든 회사로 이제는 전 세계에 2000명을 고용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중국으로 귀향했다. 중국 정부는 스타트업들은 무조건 사업을 시행하게 하고,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규제에 들어간다. 해외에서 출발한 기업이라면 연구개발비를 전폭 지원하며 본국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니 처음부터 이기려는 DNA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은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투자 로드맵 서비스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금융감독 당국자는 “무슨 법을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웬만하면 외국 나가서 창업하라”고 했다 한다.
국가는 엄마와 같아서 모국이라는 말도 있다. 엄마가 이기는 경험을 독려하기는커녕 아이의 기를 죽이는 마당에 이기는 DNA를 가진 경쟁자들과 세계시장에서 어떻게 겨뤄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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