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버나움’ 24일 개봉
12세 아이의 생존기 그려… “왜 태어나게 했나요” 부모 고소
예수는 회개하지 않는 가버나움 사람들에게 멸망을 예언했고 7세기 페르시아 제국의 침략을 받은 이 이스라엘 도시는 폐허가 됐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가버나움’의 감독 나딘 라바키는 난민의 비참한 삶이 계속되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폐허의 도시 가버나움을 떠올렸다.
영화는 소년 자인이 법정에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한 남성을 칼로 찔러 수감된 소년은 부모를 고소하기 위해 다시 법정에 섰다. 고소 이유를 묻는 판사에게 “나를 태어나게 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부모에게 경멸에 찬 눈빛을 보내며 “배 속의 아이도 나처럼 될 것”이라고 저주한다. 영화는 ‘괴물’이 된 아이의 삶을 흔들리는 시선으로 추적해간다.
베이루트는 몰상식이 상식이 된 도시다.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 자인도 12세로 추정될 뿐이다. 남자아이들은 뒷골목에서 앵벌이를 하며 마약과 담배를 배우고 여자아이들은 생리를 시작하면 신부로 팔려간다. 학교에 갈 시간에 길거리에서 과일주스를 팔아 온 자인은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너무 일찍 철이 들었다.
카메라는 일말의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자인의 생존투쟁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11세 여동생 사하르가 팔려가듯 시집을 가자 자인은 부모를 원망하며 집을 나선다. 엄마를 잃은 에티오피아 난민 아기 요나스를 위해 그는 우유를 훔치고 얼음에 설탕을 뿌려 먹인다. 자인을 향한 어른들의 시선은 연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난민 신분으로 타국으로의 탈출을 꿈꾸지만 아버지는 “서류 없는 삶을 인정하거나 창문으로 뛰어내려라”라고 말할 뿐이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점에서도 ‘가버나움’이 주는 충격은 적지 않다.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는 시리아에서 태어났지만 내전으로 베이루트에 정착하면서 라바키 감독을 우연히 만났다. 아기 요나스의 어머니 라힐로 출연한 요르다노스 시페라우는 불법 체류자로 체포되는 장면을 찍은 다음 날 실제 당국에 체포됐다. 촬영 기간 6개월 동안 난민의 ‘날것 그대로’의 삶을 담기 위해 감독은 “액션”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본래 가버나움은 예수의 기적으로 가득한 축복의 도시였다. 영화 말미, 신분증을 만드는 자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는 그저 어른들에게 “존중받고 사랑받기”를 원했다. 태어나게 하는 것을 넘어 ‘살아갈 수 있게 하라’는 어른들을 향한 엄중한 경고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201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15세 관람가.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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