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콜센터 직원들 항의 시달려… 영업점 청원경찰은 방문객들 달래
전산 직원들도 비대면 거래 비상, “정규직만을 위한 노조” 고충 호소
“정규직 직원들이 파업하는데, 왜 우리가 ‘죄송합니다’를 반복해야 하나요.”
KB국민은행 콜센터에서 일하는 40대 여직원 A 씨는 8일 노동조합이 1차 파업에 돌입한 전후 쏟아진 항의 전화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A 씨에게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한 데서 일하면서 파업하니 이기적이다”, “우리가 낸 이자로 돈 벌었는데 무슨 짓이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A 씨는 본보 기자에게 “우리는 월급 155만 원 받는 하청 직원”이라며 “연봉이 1억 원에 가까운 정규직 직원들의 파업 때문에 평소보다 20∼30% 늘어난 전화를 받느라 화장실도 잘 못 갔다”고 했다.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을 강행한 뒤 그 여파를 뒤집어쓴 콜센터 직원, ‘로비 매니저(청원경찰)’ 등 하청 직원들의 고충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임금과 처우가 열악하지만 평균 연봉 9100만 원인 정규직 노조원의 파업을 수습하느라 애를 먹었다.
한 영업점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로비 매니저 B 씨는 “본인들 때문에 우리가 고객들에게 떡과 음료를 주며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어떻게 파업에 나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했다. 그는 “정규직 직원들이 바쁘면 우리가 업무를 대신 해줄 때도 있는데 그 성과는 정규직 직원 이름으로 기록된다”며 “성과는 같이 만들고 있는데, 정규직 노조만 권리를 주장하니 억울하다”고 덧붙였다.
전산 담당 직원들도 파업 당일 비상이 걸렸다. 영업점 인력이 줄어 비대면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전산 담당 직원 C 씨는 “비정규직, 무기계약직이 대부분인 정보기술(IT) 부문 직원들이 정규직 직원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파업을 계기로 은행이나 노조가 비정규직 직원을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시중은행 6곳이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기간제·파견 직원은 2만 명에 이른다. 직접 고용한 기간제 직원은 3398명, 파견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한 직원은 1만6943명이다. 전체 근로자(8만4561명) 중 2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은행권 노조는 정규직의 권익만 위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20년간 일한 C 씨는 “노조 집행부는 우리의 노조비만 떼어가고 우리를 위하는 시늉만 한다”며 “집행부는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처우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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