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의 초점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로 잡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일미군(USFJ)이 최근 홍보 동영상에서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declared nuclear state)’으로 소개했다. 미국은 한국과 함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 산하 주일미군의 인식이 미국 측의 미묘한 입장 변화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주일미군은 지난해 12월 18일 페이스북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 게재한 ‘주일미군의 임무’라는 약 6분짜리 동영상에서 “동아시아에는 세계 3대 경제대국 가운데 2개 나라(중국, 일본)와 3개의 핵보유 선언국(중국, 러시아, 북한)이 있다”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그래픽에 표기했다. 그래픽에는 러시아 4000개 이상, 중국 200개 이상, 북한 15개 이상 핵무기 보유라는 표시도 있었다.
주일미군 차원에서 제작한 동영상이라지만 북한을 핵보유 선언국으로 표기하고 핵무기 개수를 명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선언국이라는 점에서 핵보유국과는 지위 자체가 다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을 받은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영국 등 5개국이다.
주일미군은 또 쿠릴열도, 남중국해, 센카쿠열도와 함께 독도를 미국식 표현인 리앙쿠르 암초로 표기한 지도 그래픽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이 지역은 수십 년 혹은 수세기간 영토 분쟁으로 특징지어진다”며 일본과 주변국의 영토 분쟁을 소개했다. 아무래도 일본의 인식이 더 많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미군이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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