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플레이오프로 뜨겁다. 세계 최대의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 꼽히는 슈퍼볼을 들어올릴 후보는 4개 팀으로 압축됐다. 뉴올리언스와 LA 램스가 21일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챔피언십에서 격돌하고, 뉴잉글랜드와 캔자스시티는 같은 날 아메리칸풋볼콘퍼런스(AFC) 정상을 다툰다. 양 콘퍼런스 우승팀은 현지 시간 2월 첫 번째 주 일요일에 슈퍼볼에서 맞붙는다.
그런데 미국 스포츠계가 주목하는 초미의 관심사가 하나 더 있다. 만능 스포츠 천재 카일러 머리(22·오클라호마대)의 행선지다. 대학 야구팀의 외야수와 풋볼팀의 쿼터백으로 뛰고 있는 머리는 어느 한 종목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선수를 친 쪽은 야구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는 지난해 6월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그를 지명했다. 그리고 무려 466만 달러(약 52억3000만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 그 대신 1년 더 대학 풋볼에서 뛸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런데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주전 쿼터백으로 자리 잡은 머리는 오클라호마대를 정규시즌 12승 1패로 이끌면서 대학리그 4강에 진출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미 대학풋볼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하이즈먼 트로피’를 받았다. 단숨에 NFL 1차 지명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머리가 NFL 신인 드래프트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그가 4월에 열리는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을 받으면 사상 처음으로 야구와 미식축구 1차 지명 선수가 된다.
자칫 1차 지명 선수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오클랜드 구단은 머리를 설득하기 위해 최근 빌리 빈 부사장이 직접 그를 만나러 댈러스까지 날아갔다. 14일 MLB.com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 마케팅 임원까지 그 자리에 동석했다.
보 잭슨과 디온 샌더스처럼 여름엔 야구, 겨울엔 미식축구를 한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러닝백이었던 잭슨, 코너백이었던 샌더스와 달리 머리는 팀의 경기를 조율하는 쿼터백이라 두 종목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미식축구를 선택하면 오클랜드로부터 받은 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 그렇지만 NFL 팀으로부터 더 큰 금액의 계약금을 받을 수 있다. MLB.com은 “머리가 NFL을 선택하더라도 오클랜드는 보상 지명권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미식축구로 실패했을 때 언제든 팀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외할머니가 한국 사람인 머리에게는 한국인의 피도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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