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경기 가평군이 여름휴가지로 가평을 홍보하며 내세운 문구다. 가평군은 당시 잣나무 숲에서 즐기는 피톤치드 산림욕과 함께 자연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승안습지’를 대표적 볼거리로 꼽았다.
승안습지는 2013년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 연구원들이 내륙 습지 현황을 살피기 위해 찾았을 때만 해도 습지 본연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연구원들이 다시 찾았을 땐 잔디가 깔리고 분수가 있는 골프장으로 변해 있었다.
습지들이 사라지고 있다. 승안습지뿐이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3년간 전국 습지 1408곳을 조사한 결과 74곳이 사라졌고, 91곳은 면적이 줄었다. 원시성을 유지한 채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들이 속속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습지들이 줄거나 사라진 원인을 분석해보니 자연적으로 물이 말라 초지가 된 경우는 165곳 중 1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48곳(89.7%)은 논밭 등 경작지로 바뀌거나 도로나 골프장 같은 시설물 건축으로 훼손됐다.
습지 중에 희귀 동식물들이 자라고 물의 정화능력이 뛰어난 순천만습지처럼 ‘습지보전법’에 따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45곳뿐이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개발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환경부는 앞으로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할 때 습지를 중점 평가 대상에 넣기로 했다. 훼손이 불가피한 경우 이에 상응하는 신규 습지를 조성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미국은 건물 건립 등으로 습지가 사라지면 해당 습지 면적의 약 1.4배 크기의 습지를 다른 곳에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 여의치 않으면 습지 보전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유승광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수자원 공급, 온실가스 흡수, 경관과 문화적 가치 창출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라며 “습지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습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농을 하도록 농가와도 협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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