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과 ‘합장묘’ 택하는 일본 노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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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필요없어 자식에 부담 안줘
지자체서 운영하는 공영묘지에 다른 사람 유골과 함께 묻혀
일부 지역 경쟁률 50대 1 넘어

“나중 일을 생각해 미리 신청해 두려고요.”

올해 4월 완성되는 일본 오사카(大阪)부의 합장묘 담당 창구를 방문한 여성(78)은 85세의 남편과 단둘이 산다. 몇 년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큰 자택을 비우고 역 근처 작은 맨션으로 옮겼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묘지도 있지만 장남(56)은 후쿠시마(福島)현, 장녀(54)는 도쿄에 살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오사카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자택은 빈집이 될 것”이라며 “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합장묘라면 지방자치단체가 공양, 즉 제사를 지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그녀는 집안 묘지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유골을 한꺼번에 묻는 공영 ‘합장묘’가 일본 대도시권에서 급증하고 있다. 도쿄도와 20개 주요 도시 중 13개 지역은 이미 공영묘지에 합장묘를 설치했고 3개 지역은 새로 만들고 있다. 새로 조성 중인 곳까지 포함해 16개 지자체에서 수용할 유골은 2021년 43만 명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늘면서 과열 양상까지 보였다. 고베(神戶)시는 2018년 7월 합장묘를 신설하면서 당초 50년간 1만 명분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3주 만에 3169건이 몰렸다. 60% 가까이가 생전 예약이었다. 사가미하라(相模原)시에서도 부부용 생전 예약 경쟁률이 50 대 1을 넘었다. 교토시는 아예 추첨제를 도입했다.

대도시권에서 합장묘가 급속히 늘어나는 배경에는 초고령화에 의한 사망자 증가가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는 연간 사망자가 15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합장묘는 묘지 사용료가 싸고 관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도 선호된다. 개별 매장의 경우 묘지 사용료로 최소 100만 엔이 필요하지만 합장묘는 10만 엔 이하다. 이곳에 묻히겠다고 생전에 예약하는 사람들은 단카이세대. 자식이 없거나 멀리 떨어진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이웃과 함께 묘에 묻히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장의 문제 전문가인 시라하세 다쓰야(白波瀨達也) 모모야마가쿠인(桃山學院)대 교수는 “핵가족의 원형인 단카이세대가 고령화되면서 가족이 묘를 지킨다는 개념은 확연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인과 함께 묻히는 것에 대한 저항감보다 비용과 관리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묘지가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2025년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이 37%, 부부만의 가구가 21%로 전망된다. 이미 묘지의 4분의 1은 관리할 후손이 없다는 통계도 나온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일본#합장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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