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성동구 경동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오른쪽에 기둥에 달린 미세먼지 측정기가 보였다. 여기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실시간으로 학교 현관 로비의 벽면 TV에 표시됐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물론이고 온도, 습도, 소음도도 보여준다. 성동구는 지난해 12월 경동초를 비롯해 구내 6개 초등학교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달았다. 지금은 미세먼지 농도 파악에 그치지만 개학하면 농도에 따라 마스크 보급 여부를 결정할 때 활용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목표로 삼는 스마트 시티가 가져올 변화의 단면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더 편리한 삶을 구현하는 스마트 시티는 일상생활과 행정 시스템의 작은 것부터 바꿔 나갈 수 있다. 지난해 ‘스마트 포용도시’라는 비전을 발표한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첨단 기술을 통해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가 더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 시티의 가치”라고 말했다.
성동구는 초등학교 6곳과 레미콘 공장, 건설폐기물 처리장 등 8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달았다. 상반기 동안 15곳에 더 단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한양대 앞 버스정류장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필터를 설치했다. 정류장 스탠드 벽면에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꽃양배추를 심었다. 이른바 ‘미세먼지 저감 버스정류장’이다. 올해 서울시도 시 차원에서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성동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 가운데 관내 미세먼지 측정기가 하나뿐인 곳이 많다. 많은 곳에서 측정할수록 구역별 미세먼지 농도 차이와 이동 경로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성동구는 관내에 설치한 미세먼지 측정기의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집진(集塵)차량과 살수차량 등 미세먼지 정화차량의 이동 경로를 최적으로 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면 정화차량이 관내를 한 바퀴 돌 뿐이다. 앞으로는 농도가 가장 높거나 미세먼지에 취약한 아동이 많은 곳에 우선 투입해 정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스마트 시티와 친환경은 동행한다. 미세먼지 대응처럼 더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스마트 시티가 지향하는 바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성동구 용답제2공용주차장에서 시범 운영하는 태양광발전 전기차 충전소가 대표적이다. 친환경차 수요가 늘면서 전기를 비롯한 동력원 생산 과정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동구, 서울에너지공사, OCI가 함께 추진한 태양광발전 전기차 충전소는 다음 달 일반에 개방된다.
성동구는 양천구와 함께 서울시 스마트 시티 테스트베드 특구다. 특구 사업과제 역시 친환경, 첨단기술, 공공이익 및 사회적 약자 혜택 증대에 초점을 맞춘다. ‘응급구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스마트 진입로’는 중고 스마트폰을 폐쇄회로(CC)TV처럼 활용한다. 소방차 진입로에 스피커와 스마트폰을 달아 진입로를 가로막는 차량이 있으면 ‘이동하라’는 방송을 소방차 경로에 맞춰 내보낼 계획이다. 현재는 CCTV에 달린 스피커마다 안내방송을 하거나 모든 스피커에서 동시 방송을 해야 한다. 성동구 관내 CCTV는 약 900개, 스피커는 약 700개다. 소방차 이동 경로에 맞춰 구역별 안내방송을 할 수 있다면 효율성은 그만큼 커진다. 기존 CCTV로 구역별 안내방송을 하려면 별도 통신망을 깔아야 하는 등 비용이 막대하다. 반면 일반 통신망을 쓰는 스마트폰으로 하면 비용이 훨씬 절감된다. 홀몸노인 가구에 스마트폰을 설치해 노인의 움직임을 실시간 파악하고 위험 상황을 점검하거나 영상통화를 하는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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