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때 등장한 레이더는 항공기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적 레이더에 잡히는 순간 지대공 미사일과 적기(敵機)의 먹잇감이 됐기 때문이다. 이후 미국은 스텔스(레이더 회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기체에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특수도료를 칠하거나 레이더 전파가 부딪쳐도 반사되지 않도록 설계된 군용기를 속속 선보였다. 1980년대 최초 스텔스기인 F-117 전폭기를 시작으로 지금은 F-22, F-35 전투기와 B-2 폭격기 등 한층 진화된 스텔스기들이 창공을 누비고 있다.
▷스텔스기는 레이더가 작은 벌레 크기의 물체로밖에 식별하지 못한다. 사실상 레이더 포착이 안 돼 스텔스기가 접근해서 미사일을 발사해도 상대는 눈 뜨고 당할 수밖에 없다. 최신 항법장비와 초정밀 유도무기로 무장한 스텔스기는 적진 깊숙이 침투해 수뇌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해 전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도 있다. 미래전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이유다.
▷그래서 스텔스기 전력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은 지난해 독자 개발한 J-20을 실전배치했다. 러시아가 시험 운용 중인 최신예 SU-57도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F-35A 10대를 도입 배치한 일본은 2024년까지 42대를 전력화하는 한편 F-35 100대 추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공군도 올해부터 2021년까지 F-35A 40대를 도입 배치할 계획이다.
▷3월에 F-35A 초기 인도분 2대가 국내에 배치되면 우리도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스텔스기 보유국이 된다. 스텔스기 보유국은 전 세계에 10개국 안팎으로 추정된다. 5세대 최신예 스텔스기인 F-35A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핵심전력이다. 지난해 F-35A 1호기의 미 현지 출고식처럼 3월 도착행사도 북한의 반발을 우려해 ‘로키’로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비대칭 절대무기를 과시하는 터에 이 정도 공군력 보유가 남북 화해를 저해할 것이란 발상 자체가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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