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가축 질병 중 하나인 구제역은 보통 연말, 연초에 발생하는데 다행히 최근 2년간 국내서는 발병하지 않았다.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컸던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전국에서 돼지 360만 마리가 도살됐다. 피해액만 3조 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를 ‘가축 전염병이 없는 원년’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기에 낙관은 이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돼지 구제역 백신항체율은 지난해 5월 86.6%로 올랐다가 최근 74% 수준까지 떨어졌다. 구제역과 축산 전반에 대한 정부의 점검이 필요한 실정이다.
1997년 쌀과 소고기를 제외한 농수축산물 수입이 전면 개방된 것이 국내 축산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는 기폭제가 됐다. 유명 축산 브랜드가 쏟아져 들어오고 저가 수입육 공세가 이어지자 한국 축산업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돼지고기 수입은 1998년 5만5000t에서 2017년 36만9217t으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축산 현장의 분뇨, 질병, 냄새, 생산성 등 4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은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 인증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 출원했다. 쉽게 말하면 축산에 유용한 미생물을 국내 양돈 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그간 밀집 사육 환경에서 항생제가 남용됐고 잔류 항생제는 내성 문제를 일으키곤 했는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유용 미생물을 투입한 축사에서는 면역 강화, 가축분뇨의 악취 감소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또 기술을 적용한 시범농장은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이 2017년 96%에 달했다.
시스템이 적용된 농장에서는 유용 미생물을 고농도, 고용량으로 물과 사료에 넣고 돼지 한 마리당 최소 하루 1억 마리 이상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건강하고 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 유용 미생물이 적용된 돼지의 육질은 불포화 지방산이 늘고 부드러움과 신선도가 높아졌다. 연구에서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두지포크라는 새 브랜드도 만들었다.
올해는 일명 ‘황금돼지해’다. 하지만 한국의 양돈업과 축산 현장은 그리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과도한 생산으로 공급은 늘고 돼지 가격은 폭락하고 이 와중에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유럽, 아프리카, 중국에서 퍼지고 있다. 돼지고기 시장의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보다 기술 융합과 산학연 협력이 절실하다. 앞에서 예로 든 솔루션은 우리나라 축산 미래를 위한 단초일 뿐이다. 보다 견고하고 체계적인 연구로 차별화에 성공한 브랜드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를 만들어 가는 것은 축산학자의 도리이자 의무다. 국민의 식탁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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