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풍 밀려와 16일 전국 ‘보통’, 기온은 뚝… 서울 아침 영하9도
17일은 서풍타고 미세먼지 몰려와
15일 오전 10시 반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줄지어 선 관광버스들이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파란 옷을 입은 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단속반원들이 다가가자 일제히 시동이 꺼졌다. ‘똑똑’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자 운전기사는 “조금 전에 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공회전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온이 0∼5도일 때는 5분 이상 공회전을 하면 과태료를 5만 원 부과한다. 단속 당시 기온은 2도.
이번엔 단속반원들이 같은 주차장에 있던 디젤 승합차로 향했다. 단속반원이 열화상감지기로 이 차량의 배기구 쪽을 촬영했다. 열화상감지기에는 차의 형태가 빨갛게 떴다. 공회전 중이라는 의미다. 이 영상을 증거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속 사실을 눈치 챈 운전자는 곧바로 시동을 껐다.
자동차가 공회전할 때 내뿜는 ‘질소산화물(NOx)’은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이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내린 13일부터 이틀간 배출가스 및 공회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2만7222건을 점검하고 12건에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15일 밝혔다.
사상 처음으로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수도권의 하늘은 이날 오후부터 차츰 푸른색을 회복했다. 차가운 북서풍이 미세먼지를 남쪽으로 밀어내면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농도는 ‘역대 최악’이라는 전날보다 더 심했다.
오전 9시 기준으로 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m³당 △경기 15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충북 147μg △서울 135μg △충남 133μg △세종 130μg △인천 116μg △강원 114μg 등이었다. 모두 전날 하루 평균보다 높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밤새 바람이 불지 않아 미세먼지가 더 쌓여 오전 농도가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다행스럽게도 오후 바람의 세기가 초속 3∼5m로 빨라졌다. 오후 2시 이후 수도권의 시간당 평균 농도는 두 자릿수로 내려갔다. 반면 바람이 향하는 길목에 있는 부산 울산 경남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히려 오후 일시적으로 더 짙어졌다. 부산은 오전 9시 50μg에서 오후 2시에 64μg으로, 경남은 같은 시간 49μg에서 54μg으로 높아졌다. 이 지역들도 오후 6시 이후 미세먼지 수치가 낮아졌다.
바람 덕분에 16일에는 전국의 초미세먼지가 ‘좋음’ 또는 ‘보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이 ‘나쁨’에서 벗어나는 건 11일 이후 닷새 만이다. 그 대신 반짝 추위가 찾아온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로 예상된다. 강원 대관령과 철원의 아침 기온은 각각 영하 16도와 영하 15도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영하 1도, 철원 영하 2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맑은 하늘도 잠시, 17일에는 다시 수도권을 포함한 강원 충청 호남 지역의 미세먼지가 ‘나쁨’을 나타낼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17일부터 고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 불어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 유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