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의 배우 류승룡
마약반 형사 이야기 담은 코믹극… 배우 이하늬-신하균 등과 호흡
촬영 현장서 ‘차 전도사’ 자처… 목공-트레킹 등 자연 친화적 취미
“여러 명이 합심한 ‘협동조합’ 코미디. 주연 5명뿐 아니라 악역 신하균이나 오정세, 여기에 잠깐 한마디 하는 배우조차 다 재밌는, ‘코믹망’이 촘촘한 영화입니다.”
지난해 1월 ‘염력’ 이후 또 한번 코미디 영화로 돌아온 배우 류승룡(49). 그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경찰 마약반을 이끄는 ‘고 반장’ 역할을 맡았다. ‘극한직업’은 마약반 형사들이 거대 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치킨 가게를 위장 창업했다가 ‘전국구 맛집’이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느끼한 듯 능청맞은 류승룡 특유의 ‘말맛’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심각하게 수사를 논의하다 주문전화가 걸려오면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며 고정 홍보문구를 읊조리는 연기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역시 포인트는 류승룡이 목소리를 잔뜩 깔아 내뱉는 사뭇 진지한 악센트. 1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대본을 받자마자 읽었던 운율”이라며 “연습 때 이병헌 감독도 좋아해 그대로 이어진 ‘운명처럼 다가온 대사’다”라고 했다.
수사반 팀원인 배우 이하늬와 진선규, 이동휘, 공명과의 호흡도 최고였다고. 영화를 처음으로 함께 본 시사회 현장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넘쳤단다.
“같이 촬영하지 않은 장면을 보며 ‘나 없을 때 저런 고생을 했구나’ 생각했죠. 상상하며 읽었던 장이 구현되고, 음악 선곡이나 교차 편집이 신선해서 무척 재밌었습니다.”
공명은 처음엔 류승룡을 보고 바짝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중엔 “형이라고 부를지, 선배님이라 부를지 고민”에 빠졌단다. 현장에서 서로 돈독해진 매개체는 뜻밖에도 마시는 ‘차’였다. 다도가 취미인 맏형 류승룡이 가져온 차를 나눠 마시면서 친해졌다.
“차는 알고 마셔야 해요. 직접 강의도 들으며 배웠죠. ‘일상다반사’라는 말처럼 예전에는 밥과 차를 매일매일 마셨다는데, 일제강점기에 괜히 어려운 퍼포먼스와 예를 넣으면서 대중이 멀어지게 만들었어요.”
류승룡이 경남 하동군 등을 돌며 사온 차를 현장에서 공유하며 ‘차 전도사’를 자처한 덕분에 다른 배우들까지 차에 흠뻑 빠졌다. 이하늬도 하동에 가서 차를 구매했고, 진선규는 ‘차 문화대전’을 찾아갔을 정도다.
의외로 섬세한 취미는 다도뿐만이 아니다. 목공이나 트레킹 등 자연 친화적인 취미가 많다. 왠지 끈끈한 술자리가 더 어울려 보이지만, 이런 취미는 모두 그의 연기와도 맞닿아 있다. 배우는 “감정을 이성적으로 다듬어야 하는 ‘감정의 세공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제주 올레 길을 좋아했는데, 사람이 너무 몰려 정취가 예전만 못해요. 요즘엔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울릉도도 해마다 가고 있고. 배우는 끊임없이 자신을 비우고 또 배우면서, 민첩하게 세상을 담을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육체뿐 아니라 마음도 악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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