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노조에 더 큰 권한… 방만경영 개선 걸림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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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기관 14곳 근로자 참관제 도입
“이사회 내용 공유, 신뢰경영 도움”… 대형 공기업 대상 추가도입 예정
노동이사제 도입 더 앞당겨질듯
노조 “의결권 없어 유명무실”, 재계 “勞에 발언권 부여 무리수”

정부가 14개 공공기관에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우선 도입하는 것은 현 정부 공약인 노동이사제를 두고 정치권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참관제가 갈등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시범 시행함으로써 노동의 경영 참여에 대한 우려를 점차 줄여가면 궁극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앞당길 수 있다는 복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이 채용비리를 저지른 데다 방만한 경영이 여전한 상황에서 기득권 위에 군림하는 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근로자 참관제에 1차로 뛰어든 14개 기관은 과거 노조 관계자가 이사회를 참관토록 한 전례가 있거나 노사 관계가 비교적 좋은 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2017년 6월부터 근로자협의회 대표가 이사회 참관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수자원공사는 1999년부터 공사 사장의 요청으로 근로조건과 관련한 안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근로자의 이사회 참관을 허용해왔다.

노동이사제와 달리 근로자 참관제의 근로자 대표는 의결권이 없는 만큼 이사회에서 발언권을 얼마나 허용하는지가 향후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근로자 대표에게 회의를 참관만 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이사회 의장의 동의를 얻어 발언할 수 있도록 한다. 한 공공기관은 이사회가 미리 노조에 공개한 안건에 대해 노조가 의견이 있는 경우 이사회 의장의 동의를 거쳐 발언권을 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근로자가 이사회에 들어와 보고 들은 내용을 노조와 공유하는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커질 소지가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수자원공사 등은 이사회 참관자에게 비밀누설 금지와 품위유지 각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1차로 14개 공공기관에 참관제를 도입한 데 이어 중대형 공기업에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서부발전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이미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노동이사제를 검토하기로 한 기관들이 추가 도입 대상이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정부는 근로자 참관제가 노사의 이해관계를 아우르는 절충점이라고 보지만 찬반이 나뉜다. 일부 중대형 공공기관 노조는 의결권이 없는 참관제를 유명무실하다고 본다. 공약 이행에 정부가 소극적인 가운데 경영 참여 효과가 의문시되는 제도로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통령의 공약은 분명 노동이사제”라며 “집권 3년 차인데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는 공공기관 노조가 우리 사회의 기득권이라는 비판이 많은 상황에서 노조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근로자 참관제의 역할은 이미 감사가 하고 있다”며 “참관제를 한다고 해도 법을 개정해 근거를 마련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이새샘 기자
#막강 노조#근로자 참관제#방만경영 개선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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