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정말 빠르네” 10기가 인터넷 깔린 카페-PC방 인기몰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천덕꾸러기’ 우려 씻고 안착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스타벅스 일반 매장(왼쪽 사진)과 10기가 인터넷이 깔린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측정한 100배 빠른 와이파이 속도.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스타벅스 일반 매장(왼쪽 사진)과 10기가 인터넷이 깔린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측정한 100배 빠른 와이파이 속도.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1. 회사원 A 씨는 매일 점심 카페에 들러 스마트폰으로 영어강의 동영상을 본다. 사람이 몰려 와이파이 속도가 떨어지면 영상이 끊기는 바람에 카페를 옮겨 다니길 수십 번. 드디어 손님 수에 상관없이 인터넷이 빵빵한 카페를 찾았다.

#2. 사진기자 B 씨는 주로 카페에서 취재 사진을 송고한다. 일반 와이파이로 1GB(기가바이트) 넘는 용량을 올리려면 10분 넘게 걸렸다.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3, 4초 만에 업로드 되는 ‘빛의 속도’를 경험한 뒤 이곳을 아지트로 삼았다.

두 사람이 찾은 곳은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커피를 파는 전국 리저브 매장 16곳에 KT의 10기가 인터넷을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500Mbps(초당 메가비트)의 기가급 와이파이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10기가 인터넷은 종전 기가 인터넷보다 최대 속도(유선 기준)가 10배 빠른 통신망이다.

지난해 11월 출시 후 ‘쓸데없이 높은 스펙’으로 얼리어답터(새 제품을 남보다 먼저 경험하려는 고객) 전유물에 머물렀던 10기가 인터넷이 와이파이와 PC방 등 대중 서비스를 통해 저변을 넓히고 있다. 개인이 쓰려면 매월 10만 원이 넘는 요금을 내야 하지만 통신사와 제휴를 맺은 일부 프리미엄 매장에서는 별도 비용 없이 10기가급 속도를 체험할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16일 10기가 인터넷이 설치된 서울 광화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측정한 와이파이 속도는 430∼490Mbps였다. 점심시간이라 매장엔 150명이 넘는 손님이 있었다. 접속자가 많을수록 전송 속도가 떨어지는 와이파이 특성을 감안할 때 상당히 빠른 속도였다. 같은 시각 250m 떨어진 스타벅스 일반 매장은 이보다 적은 100여 명의 손님이 있었지만 와이파이 속도는 3.3∼8.4Mbps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만난 대학생 유튜버 전재원 씨(24·여)는 카페 와이파이 속도가 느려 주로 편집이나 영상 추출 작업만 하고 업로드는 집에서 한다고 했다. 전 씨는 “카페에서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거나 일상을 영상 기록으로 남기는 ‘브이로그’ 등 동영상 업로드 수요가 늘고 있는데 100배 더 빠른 와이파이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면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에게 큰 메리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개인방송업체 아프리카TV는 서울(잠실) 수원 울산 천안 등 직영 PC방 4곳에서 10기가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게임 로딩이나 아이템 장착 속도도 빨라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많다. 고화질 스트리밍 영상도 다운로드를 기다리지 않고 즉각 넘겨볼 수 있어 이용자에게 명당으로 꼽힌다. 프로게이머 출신 크리에이터 강민 씨(37)는 “평소 10분 넘게 걸리는 10GB 영상 업로드가 10기가 인터넷을 쓰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아 급하게 영상을 수정해 올려야 할 때 요긴하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10기가 인터넷은 출시 때부터 천덕꾸러기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컸다. 현재 대중화된 기가급 속도로도 충분히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고 10기가 인터넷을 깔더라도 막상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어 옮겨갈 유인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1인 미디어가 확산되고 게임이나 동영상이 고화질로 용량이 커지면서 차세대 네트워크로서의 가치가 증명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10기가 인터넷은 현존 기가 인터넷보다 4∼10배 빨라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특화 서비스를 미리 유추해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라면서 “가상현실(VR) 기반 미디어가 늘고 4K 초고화질 영상이 일반화되면 10기가 인터넷은 5G와 함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인터넷#와이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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