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물리력 사용 새 매뉴얼 만들어
현장 상황에 따라 5단계 구분… 가스분사기 등 장비사용 명확히 해
시민피해 우려 클땐 경찰봉-방패로, 머리 빼고 모든 신체부위 가격 허용
13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암사역 흉기난동 사건 등 범죄 현장에서 연이은 소극적인 대처로 비난을 받는 경찰이 물리력 사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 기존 매뉴얼은 ‘현행범이나 징역 3년 이상의 죄를 지은 범인 체포 시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본보가 16일 입수한 경찰청의 ‘비례의 원칙에 입각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매뉴얼은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경찰 물리력의 최대치를 명확히 규정했다. 경찰과 대치하는 범인의 상태를 △순응 △단순 불응 △소극적 저항 △위협·폭력 행사 △치명적 공격 등 5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로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의 한계를 구체화했다.
새 매뉴얼에 따르면 범인이 경찰관에게 순응한다면 수갑까지만 채울 수 있다. 거친 주먹질이나 발길질 등으로 경찰관을 폭행하면 테이저건 등 전기충격기와 가스분사기, 경찰봉, 방패까지 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범인이 총기나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을 치명적으로 해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경찰봉과 방패로 범인의 머리를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를 가격할 수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각 단계별 최고 수준의 물리력 행사에 앞서 경찰관이 위해를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달았다. 위태로운 상황에선 경찰관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되 과도한 경찰력 행사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자는 취지다. 수갑 경찰봉 테이저건 가스분사기 등 경찰장구마다 사용해서는 안 되는 구체적 사례도 담겼다.
이번 매뉴얼은 경찰대 출신인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46)가 지난해 3월 경찰청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한국 미국 법원의 판례와 미국 경찰 매뉴얼 등을 참고해 만들었다. 경찰청의 인권영향평가를 마치면 다음 달 경찰위원회에 상정돼 공식 매뉴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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