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계는 국경이 없다.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카카오든 사용자는 본사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알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세무당국은 다르다. 어디서 돈을 버는지 따져 세금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 세계는 매출이 발생하는 물리적 공간이 따로 없다. 그래서 정보기술(IT) 기업은 ‘서버’가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도 국내에 고정사업장(서버)이 있는 IT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올린 매출에 법인세를 과세하고 있다.
▷구글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서버를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아일랜드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은 2017년 한국에서 4조9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도 대부분의 세금을 서버가 있는 나라에 냈다. 한국에 낸 세금은 고작 200억 원 정도였는데 그것도 앱스토어, 검색 사업 같은 주요 수익원이 아니라 구글코리아가 계약한 온라인광고 매출에 대해서만 낸 법인세였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다른 IT 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런 행태에 분노한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게 이른바 ‘구글세’다. 글로벌 IT 기업이 자국에서 벌어들이는 전체 매출에 ‘디지털세’를 매기자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당초 2020년 도입을 목표로 IT 기업에 매출의 3%를 별도 법인세로 매길 계획이었다. 그런데 자동차 등 다른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무역 보복을 두려워한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이 반대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대표기업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가 구글세 표적이 되자 “조세법을 재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구글세’ 도입을 검토했으나 유보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국적 IT 기업에 과세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지 3개월 만에 방향을 튼 것이다. 구글이 얄밉긴 하지만 글로벌 IT 기업으로부터 세금 더 걷자고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구글세를 도입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냉혹하게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무역의 속쓰린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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