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덕만]공익신고자 보호, 아직도 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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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부정부패, 갑질, 성폭행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신고를 보면 2013∼2017년에는 연간 약 4000건 수준이었다가 지난해에는 9월까지만 5400건이 넘게 접수됐다. 민간부문 공익신고도 지난해 1856건으로 전년(2017년) 1362건보다 500여 건 늘었다.

과거에는 입찰, 예산, 인사 등 주로 뇌물비리 폭로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신고가 부쩍 늘었다. 신고자 유형도 피해자 본인을 넘어 회사 동료, 시민사회단체, 퇴직자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비리 신고자에 대한 보상과 보호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2011년 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은 내부제보자나 내부고발자로 불리는 신고자를 ‘공익신고자’로 명명했다. 당시 ‘제보’나 ‘고발’이란 단어가 조직에 대한 배신이나 밀고 등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긴다는 지적이 있어 공익신고자로 통일했다. 공익신고자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용이나 창업지원금 비리, 방위산업 정보유출도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이 됐다.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면 이를 처벌하는 제도도 정착되고 있다. 신고자가 누구인지 누설하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신고자가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파면이나 해임을 당하면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본인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으려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정해 신고하는 비(非)실명 대리신고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부패신고든 공익신고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해야만 법이 정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은 경찰이나 검찰 등 ‘모든 수사기관’을 통한 신고도 똑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 출범 이후 2015년까지 신고자 또는 협조자가 보호조치를 요구한 사례는 160건에 이른다. 이 중에 125건은 신분보장 요청이 있었고 34건에 대해 신분보장 조치가 이뤄졌다.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이 그리 높진 않은 셈이다. 상명하복, 조직문화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내부 비리나 위법행위를 폭로하면 외톨이가 된다. 동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인사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신고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 부당함을 용기 있게 신고할 수 있는 공익신고자가 대접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다.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
#내부제보자#공익신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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