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의견수렴 위해 野와 만남 시작… 노동당 “노딜 없다는 보장부터” 거부
4野, 노동당에 국민투표 지지 요청… 보수당 일부 의원들도 동조 움직임
“EU 잔류” 56% “EU 탈퇴” 44%, 여론도 제2 국민투표에 쏠려
영국 의회가 15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하루 뒤 테리사 메이 총리의 내각 불신임안도 거부하면서 영국 정국이 끝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2016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국민투표를 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 “노딜 브렉시트만은 피해야” vs “백스톱 수정 불가”
16일 영국 하원의 정부 불신임안 표결은 반대 325표, 찬성 306표의 19표 차로 부결됐다. 여당 보수당 의원 314명이 전원 반대했고 연립 정부를 구성하는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 10명, 무소속 1명이 불신임안에 반대했다. 반면 야당은 전원 찬성했다. 영국 의회에서 정부 불신임안 투표가 이뤄진 것은 1994년 존 메이저 총리 이후 25년 만이다.
가까스로 정치 생명을 연장한 메이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정치권이 각자의 이익 대신 브렉시트 방법을 찾자”고 호소했다. 그는 회견 전 야당 대표들을 만났지만 제1야당 노동당은 “EU와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안 하겠다는 보장부터 먼저 하라”며 만남을 거부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을 주도했던 보수당 강경파를 제외하면 정치권에서도 3월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발동일을 늦춰서라도 노딜 브렉시트만은 피하자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15일 밤 기업인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며칠 안에 노딜 브렉시트는 선택지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U 역시 브렉시트 발동 날짜를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브렉시트 날짜를 미루는 것 자체가 EU에 또 한 번의 빚을 지는 셈이라 메이 총리의 부담이 상당하다. 나탈리 루아조 프랑스 EU담당장관은 “브렉시트 연기는 동의할 수 있지만 영국이 ‘백스톱’(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 아일랜드 간 통행 및 통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 기존 안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가 백스톱 수정을 주장하는 보수당 내 강경파와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의 지지를 얻으려면 백스톱에 관한 최종 마지노선 시한만이라도 받아야 한다.
○ 대안은 제2국민투표?
메이 총리를 끌어내리는 데 실패한 야당들은 제2국민투표 실시 공세에 나섰다. 스코틀랜드국민당, 웨일스민족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은 이날 공동 명의로 제1야당 노동당에 “제2국민투표를 지지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런 압박에 그동안 소극적이던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역시 국민투표 카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줄곧 제2국민투표에 부정적이었던 메이 총리는 이날도 “EU를 떠나라는 국민의 뜻을 수행하는 게 내 의무라고 믿는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여론은 국민투표로 쏠리고 있다. 17일 발표된 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EU 잔류를 바라는 응답이 56%로 탈퇴(44%)에 비해 크게 앞섰다. 2016년 국민투표 이후 최대 격차다. 보수당 의원도 제2국민투표에 찬성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의장 등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꾸준히 브렉시트 번복을 요구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21일 제출 예정인 수정된 브렉시트 합의안, 즉 플랜B를 29일 하원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의회 투표에서 플랜B까지 부결되면 노딜 브렉시트의 공포가 영국을 덮친다. BBC는 “유럽 대륙뿐 아니라 아일랜드나 북아일랜드에서 운전하는 영국인들이 모두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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