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법원 청사 안에서 8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이 알려진 뒤 대법원 분위기는 하루 종일 가라앉았다.
지난해 11월 말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길 차량에 화염병을 던진 사건에 이어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 발생하자 판사들은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지역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이전에는 재판에 패소해도 국민들이 대법원의 권위를 믿고 따랐지만 검찰 수사 이후 달라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검찰이 7개월 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깨졌고, 그 후유증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청사 보안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모 씨(82)가 16일 오후 2시 30분에 대법원 청사에 들어온 뒤 다음 날인 17일 오전 7시 15분 발견될 때까지 약 17시간 동안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가 법원 일과 시간 이후에도 출입증을 반납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최 씨가 방문한 법원도서관은 청사 서관 3, 4층에 있어 숨진 채 발견된 서관 5층 바로 아래다. 5층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과 윤리감사관실 등 핵심 부서가 위치한 곳이다. 통상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늦은 밤까지 근무하는 곳이다.
법원행정처는 청사 보안을 더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일선 판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대법원에서도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내 재판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화염병을 던지거나 해당 법원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걱정했다.
한 고등법원의 판사는 “법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이럴수록 판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라며 “재판을 통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다시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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