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두개의 절벽]서울 1월 주택거래건수 작년 6분의 1로 급감
집주인-수요자 희망가격 안맞아 “기다려보자”
#1. 서울 성북구에 사는 윤모 씨(37·여)는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아파트 매물을 새해에 거둬들였다. 전용면적 84m² 아파트를 6억1000만 원에 내놨지만 “2000만 원 깎아 달라”는 요청만 들어올 뿐, 원하는 가격에 사는 매수인이 없었다. 윤 씨는 “가격을 깎아주기는 싫어 당분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2. 지난해 집을 사려고 서울 곳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던 직장인 김모 씨(43)는 최근 ‘복덕방 투어’를 그만뒀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현장의 가격대는 여전히 김 씨 기대치보다 한참 높았다. 그는 “집값 하락이 시작된다고 하니 가격 조정을 기다려 볼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눈높이’ 차이가 생기면서 주택 매매거래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거래는 5만60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3%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은 전체 주택거래가 7000건에 그치면서 1년 만에 49.1% 감소했다.
주택매매거래 감소 추세는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 일별 추이를 보면 16일까지 서울에서 거래 신고된 아파트는 915건에 그쳤다. 서울 25개 구에서 하루 평균 57건의 거래가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1월 일평균 329건 거래의 17.4%에 불과하다. 인근에 대형 단지를 끼고 있는 서울 용산구 신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분간 ‘투잡’이라도 뛰어야 할 정도로 집을 내놓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통상 큰 폭의 거래량 감소는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주택경기가 꺾인 2013년 1월에도 서울 한 달의 아파트 거래량이 1196건으로 일평균 39건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 매매자 모두 줄어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량 감소는 장기적으로 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택 매매가 줄면서 ‘보완재’인 전월세 거래는 늘었다. 지난해 12월 전국의 전월세는 14만2990건 거래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2.4% 늘었다. 서울로 국한해도 4만5132건이 거래돼 1년 만에 16.9% 늘어났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63조 원으로 3개월 만에 5조 원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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