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어제 미국 워싱턴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할 가능성도 크다.
북-미는 김 부위원장의 방미에 앞서 양측 정보채널을 가동해 비핵화 협상 의제를 조율했다고 한다. 핵심은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면 미국이 제시할 ‘상응 조치’가 무엇이냐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북한의 카드는 영변 핵시설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변 핵시설 및 ICBM 폐기가 이뤄진다면 그 자체로 비핵화의 중요한 진전이다. 하지만 그 단계에 그친다면 추가 핵 생산 및 미국을 겨냥한 운반 수단의 폐기에서 비핵화 여정이 멈출 수 있다. 비핵화의 핵심인 이미 생산된 핵탄두와 핵물질의 폐기는 물 건너갈지 모른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의 핵시설 신고를 비핵화 이행의 첫 조치로 요구해 온 것도 핵동결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반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 외교적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미국에 절실하지 않은 핵 폐기 대신 ‘ICBM 폐기’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장차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게 되는 위험한 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우리의 목표는 간단하다. 미국을 향해 어디서든 어느 때든 발사되는 어떤 미사일도 반드시 탐지해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ICBM 폐기를 받는 대신 북한에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감축 카드까지 내민다면 우리만 비핵화 여정에서 길을 잃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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