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감원은 지난해부터 이미 시작됐다. 18일(현지 시간) 직원의 7%를 줄이기로 발표한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지난해 6월에도 “어렵지만 테슬라에 필요한 개편”이라며 전체 직원의 9%를 해고했다.
반년 만에 추가로 나온 이번 구조조정 소식에 대해 미국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는 20일 경제전문매체인 포브스를 통해 “회사가 지난해 보급형 ‘모델3’ 양산을 위해 고용을 크게 늘렸다가 지금은 노동집약적 과정이 거의 종료된 만큼 이번 해고가 부당하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애플도 최근 연간 고용 증가 인원을 줄이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지난 10년간 고용을 크게 늘려 오던 애플이 최근 몇 년 동안엔 증가 속도를 둔화시켰다”고 분석했다. 2010년 이후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1만 명 이상씩 늘어 오던 애플의 신규 직원 수는 2016년부터 확 줄었다. 2016년에는 전년의 3분의 1 수준인 6000명만 늘었고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7000명과 9000명이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감원 칼바람은 신차 판매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10일 유럽 15개 공장에서 수천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데에 이어 영국 재규어랜드로버도 전체 임직원의 10%에 이르는 4500명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작년에 순이익만 10조 원 이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년 안에 완전한 미래차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말 세계 7개 공장의 문을 닫고 1만4000명 이상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한 GM은 “비효율적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엔지니어를 기계 공학자와 전자공학자들로 전환하는 작업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전기차나 수소차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기존의 산업 구조 자체가 급변할 때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해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식 구조조정은 경기가 나빠지면 선제적으로 인력 조정부터 하고 그래도 안 되면 사업을 축소하는 고용 유연성이 반영된 대응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한국은 대형 노조들의 반발로 산업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선제적 구조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2019년 노사관계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252개 기업의 72.2%가 ‘기업 경영 악화에 따른 지급 여력 감소’와 ‘유연근무제 도입 등 노동 현안관련 갈등 증가’ 등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노사 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국내의 고용총량을 늘리지 않고는 미국 같은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노동유연성은 고용총량, 즉 일자리 개수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사에서 해고당하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금방 새 일자리를 찾는 ‘일자리 연쇄 이동’이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동원 교수는 “20년 전 독일도 인건비가 크게 올라가면서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었지만 노동시장의 규제를 완화해 문제를 해결했다”며 “결국 규제개혁을 통해 국내 기업은 붙잡고 해외 기업들은 새로 유치해 전체 일자리를 늘리는 수밖에 해답이 없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