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송유관에 주민 몰려들어
74명 부상… 중상자 많아 희생 늘듯, 시신훼손 심해 사망자 파악 애로
멕시코 중부에서 송유관이 폭발해 현장에서 기름을 절도하던 주민이 최소 73명 이상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AP,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18일(현지 시간) 이달고주 틀라우엘릴판의 주민 800여 명이 구멍 난 송유관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주워 담는 도중 송유관이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74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폭발로 인한 시신 훼손이 심해 당국이 사망자 신원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폭발한 송유관은 멕시코 최대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 소유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송유관에 구멍을 냈고 약 두 시간 뒤 주민들이 한창 기름을 퍼 담을 때 사고가 났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대대적인 기름 절도 단속을 벌이고 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부 주민들은 지역 갱단과 손잡고 절도에 나서고 있다. 갱단이 송유관을 훼손한 뒤 흘러나온 기름을 훔쳐 주민에게 싼값에 판매하는 ‘검은 거래’가 기승을 부린다. 멕시코에서는 이 기름 절도로 연간 약 30억 달러(약 3조3675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정부가 송유관 기름 탈취를 막기 위해 무리하게 가난한 지역의 송유관까지 막아 버린 것이 비극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애도를 표했지만 “기름 절도를 반드시 중단시키겠다”며 단속을 굽히지 않을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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