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봐선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어벤저스 시리즈 같다. 감독 M 나이트 시아말란은 17일 개봉한 영화 ‘글래스’에서 자신의 전작 ‘언브레이커블’(2000년), ‘23아이덴티티’(2016년)에 나온 캐릭터들을 한 세계관에 불러냈다.
비범한 능력을 가진 초인인가, 과대망상증에 빠진 정신병자인가. 영화는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 세 인물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을 줄기차게 던진다. 131명이 숨진 열차 사고에서 상처 하나 입지 않은 데이비드 던(브루스 윌리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사소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지는 미스터 글래스(새뮤얼 잭슨), 유년 시절 어머니의 학대로 24개의 인격을 갖게 된 해리성 정체 장애인 케빈(제임스 매커보이). ‘언브레이커블’의 던과 글래스, ‘23아이덴티티’의 케빈은 모두 자신을 슈퍼 히어로라고 믿는 동시에 상처를 가진 존재들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 엘리 스테이플(세라 폴슨)은 이들을 치료가 필요한 정신 질환자라고 규정한다.
화려한 그래픽과 선악이 극적으로 충돌하는 전형적인 히어로물을 상상하면 실망할 수 있다. 그만큼 스펙터클한 장면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스터 글래스는 필라델피아 최고층 타워 오픈 일에 맞춰 히어로들의 대립을 보여주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지만, 현실에선 정신병원 앞에서 일반인보다 힘이 조금 세 보이는 케빈과 던의 지저분한 몸싸움이 펼쳐진다.
감독의 전작 ‘식스 센스’(1999년)급은 아니지만 나름의 반전(?) 결말도 흥미롭다. 아냐 테일러조이, 스펜서 트리트 클라크 등 전작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들의 성장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 과거를 회상하는 플래시백으로 ‘언브레이커블’과 ‘23아이덴티티’의 스토리를 설명하지만 감독의 심오한 메시지를 읽기엔 불충분한 게 사실이다. 오히려 서로 다른 두 세계관을 연결시키는 기나긴 과정에서 피로감마저 찾아온다.
미국 마블이나 DC의 히어로물에 싫증을 느끼거나, 초 단위로 다른 인물이 되는 제임스 매커보이의 신들린 연기력을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겐 괜찮은 선택일 듯하다. 15세 관람가.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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