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국내 미디어산업 인수합병(M&A)의 제동장치나 다름없던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재도입 여부를 심사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케이블TV와 인터넷TV(IPTV), 위성방송시장에서 특정 회사의 점유율이 모두 합쳐 3분의 1(33.33%)을 넘지 않도록 한 법이다. 2015년 6월 도입 당시 방송시장의 독과점을 막자는 취지에서 ‘3년 후 일몰’ 조건을 달고 생겨나 지난해 6월 일몰된 시한부 규제였다. 그런데 국회가 죽은 규제를 부활시키려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케이블 업계 등에 따르면 합산규제가 부활하면 통신업계의 M&A 구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진다. IPTV 20.67%, 위성방송 10.19% 등 유료방송 점유율 1위(30.86%)인 KT는 M&A가 원천봉쇄 된다. 이에 따라 최근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추진했던 케이블TV인 딜라이브 인수도 불가능해진다.
반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IPTV 시장점유율은 각각 13.97%, 11.41%로 이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13.02%)를 인수해도 점유율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
규제 부활을 주장하는 측은 규제의 형평성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합산규제가 일몰되면서 유일하게 위성방송에 대한 점유율 제한만 사라졌기 때문이다. 케이블TV와 IPTV는 현재 각각 ‘방송법’과 ‘IPTV법’에서 특정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받고 있다. 하지만 위성방송은 별도 법에 따른 규제가 없다.
현재 국내 위성방송 사업자는 KT스카이라이프 한 곳이다. 이 때문에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KT가 위성방송을 통해 점유율 제약 없는 M&A에 나설 수 있어 사실상의 특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는 “위성방송이 산간 오지의 난시청 해소라는 공익적인 기능이 있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과 동일한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합산규제의 부활을 반대하는 측은 미디어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경쟁이 국경 없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점유율 제한 자체가 시대착오라는 것. 합산규제 도입 당시 IPTV와 케이블TV끼리만 경쟁했다면 지금은 OTT라는 새로운 플랫폼과도 싸워야 한다. 미디어 시장을 가입자 수 기준으로 사전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고정형 TV 외에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청이 늘고 있는 것도 변수다. 2015년 6월 1370테라바이트(TB)였던 모바일 동영상 트래픽은 지난해 3831TB로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이용시간 점유율이 86%에 이를 정도로 모바일 동영상 시장에서는 이미 해외 업체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지상파 3사와 손잡고 OTT를 통합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콘텐츠까지 공급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통신사업자 주도의 M&A가 활성화돼 플랫폼이 대형화되면 콘텐츠 투자 확대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국내 미디어 간의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자칫 거대 플랫폼이 나오면 협상력이 약한 프로그램 공급자(PP)들이 편성에서 배제돼 채널 다양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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