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센터 ‘꽃을 든 남자’ 북적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열린 꽃 관련 강좌에 남성 수강생들이 참여해 수업을 듣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주부 대상의 오후 시간대 강좌 위주였던 백화점 문화센터 시간표가 달라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문화 확산 등으로 백화점업계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퇴근 후 문화센터 강좌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추세다.

21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난해 문화센터의 수강생 수가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특히 성인 강좌 수강생은 7%, 남성 수강생은 10% 늘어났으며 전체 수강생 가운데 30대 비중도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롯데백화점은 23일부터 접수하는 봄 학기 강좌에서 꽃 관련 강좌를 기존 15개에서 30여 개로 대폭 늘렸다. 남성 수강생을 겨냥한 플라워 강좌를 비롯해 4월에는 영국 럭셔리 플라워 브랜드인 ‘매퀸스 플라워 스쿨’의 수석 디자이너인 지비 자레바를 초청한 특강을 마련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위해 건축가 승효상과 인테리어 전문가 연제승(제이쓴)을 초청한 강좌도 진행한다.

현대백화점은 23일부터 모집하는 봄 학기 강좌에서 평일 오후 6시 이후 수업을 지난해보다 20%가량 늘렸다. 지난 학기 평일 오후 6시 이후 수강생이 직전 학기보다 21.1% 늘어난 데 주목했다. 이를 위해 백화점 측은 직장인을 겨냥한 하루짜리 ‘원데이 특강’ 수를 크게 늘려 직장인이 좋아하는 미술, 요리, 실내운동 등을 주제로 한 강좌를 마련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늘어난 것을 반영해 ‘반려견·반려묘 그리기’ ‘애완동물 옷 만들기’ 등 관련 강좌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24일부터 접수하는 이번 봄 학기부터 체험형 강좌 비중을 15%가량 늘렸다. ‘나를 위한 소비’를 뜻하는 ‘미코노미(Me+Economy)’ 트렌드를 반영해 건강과 여가에 특화된 강의를 늘렸다. 실제로 작년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을 분석해보면 레저스포츠 등 여가와 관련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고, 건강 관련 매출도 5.1%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직장인을 겨냥해 가정의학과 전문의나 한의사, 식품영양학 교수 등이 진행하는 건강 관련 강의도 처음으로 신설했다. 안과 전문의가 강의하는 ‘눈에 좋은 건강 요리’를 비롯해 재활의학 전문의가 알려주는 운동 비법, 도연 스님의 명상 강의, 채식 관련 강좌 등을 마련했다.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미세먼지를 다스리는 가드닝 연출’ 같은 강좌도 눈에 띈다.

신세계백화점 권영규 문화담당은 “여가 시간이 확대되고 건강과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문화센터에서도 관련 강좌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면서 “앞으로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수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