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방탄소년단요?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얼굴이 닮았습니다.”(가요기획사 이사 A 씨)
“빅스와 베리베리는 극과 극이에요. 소속사는 같아도 대척점에 있죠.”(음악평론가 B 씨)
연초부터 가요계 호사가들의 입이 바빠졌다. ‘동생 그룹’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동생 그룹’은 유명 그룹이 속한 기획사에서 나온 후속 신생 그룹을 가리킨다. 2019년 가요계는 차세대 간의 대전(大戰)이 벌어질 조짐이다.
○ 일제히 베일 벗은 동생 그룹
가요계의 시곗바늘은 21일 하루 종일 숨 가쁘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신인 5인조 남성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마지막 멤버(범규)를 공개했다. 아직은 멤버들의 얼굴과 짤막한 티저 영상, 팀명, 팀 로고만 드러났지만 전문가와 일부 팬은 외모에서부터 방탄소년단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JYP엔터테인먼트도 신인 5인조 여성 그룹 ‘있지(ITZY)’를 공개했다. 트와이스의 동생 그룹 격이자 원더걸스, 미쓰에이를 배출한 ‘걸그룹 명가’ JYP의 신예라는 점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트와이스의 발랄하고 귀여운 느낌보다 블랙핑크, 포미닛을 연상케 하는 ‘걸크러시’ 이미지를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
FNC엔터테인먼트 역시 이날 AOA의 동생 격인 10인조 여성 그룹 ‘체리블렛’의 데뷔 쇼케이스를 열었다. 발랄한 외모에 오락실 게임의 통통 튀는 콘셉트를 결합했다.
가요계에서 ‘동생 그룹’은 오래된 꾸밈말이다. 명과 암을 지녔다. 빅뱅은 2009년 공식 데뷔도 하기 전의 2NE1을 참여시킨 곡 ‘롤리팝’을 히트시키면서 여동생 그룹의 손을 잡아끌었다. 에이프릴은 2015년 데뷔 때부터 DSP엔터테인먼트 선배인 카라의 동생 그룹으로 불렸다. 이들은 음악과 외모에서 오빠, 언니 그룹의 느낌을 상당 부분 물려받았다. 이런 전략은 초반 화제 몰이에 효과적이지만 때로 선배의 후광에 흡수되는 독으로도 작용했다.
○ 닮은 듯 다른 듯… 아이돌 서사의 크레바스, ‘동생 그룹’
동생 그룹의 활약이 부진할 경우 선배 그룹의 팬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선배와 비슷하게 갈 것이냐, 다르게 갈 것이냐는 가요기획사의 고민거리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미묘 편집장은 “선배가 벌어둔 자본을 동생들이 갉아먹는다는 시선을 가진 팬도 적지 않기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동생 그룹 가운데는 직계 선배 그룹들과 차별점을 보이는 팀이 많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있지’의 경우 포미닛 계열의 카리스마 있는 톰보이 이미지가 보인다”면서 “원더걸스, 트와이스 같은 JYP 선배 그룹들과 다른 노선을 택하는 듯해 흥미롭다”고 했다. 동생 그룹은 선배 그룹과의 차별을 통해 일종의 단절을 추구하지만 추락할 위험도 함께 지녔다는 점에서 크레바스와 닮았다.
동생 그룹의 차별화에는 가요 시장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미묘 편집장은 “시장 판도가 대형기획사 중심에서 방탄소년단, 엠넷 ‘프로듀스 101’ 쪽으로 바뀐 상황이어서 올해 동생 그룹들의 콘셉트와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 대형기획사의 선후배 그룹이 인기를 대물림하는 공식이 근래 깨졌다. 자금력과 경험치보다 차별화된 기획력이 승부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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