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만 난민 경제활동 허용… 에티오피아의 색다른 실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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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 새 난민법 세계가 주목


동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정부가 자국 내 난민 수용소에 머무는 모든 난민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금융 활동도 허용하기로 했다. 사회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서구 선진국이 강력한 반(反)난민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접근이어서 주목된다.

20일 아프리카 현지 언론 아프리칸데일리보이스 등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100만 명에 이르는 자국 내 난민에게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의회는 17일 난민들에게 △취업 △은행 계좌 개설 △초등교육 △운전면허 취득 △출생·결혼·사망신고 등을 허용하는 새 난민법을 통과시켰다.

현재 에티오피아에는 90만5831명(2018년 8월 기준)의 난민이 머물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우간다(약 119만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대부분은 에티오피아와 국경을 접한 남수단, 수단,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출신으로 수십 년간 이어진 인종 갈등, 내전, 기후변화와 가뭄 등을 피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에티오피아에 몰려들었다.

현재 에티오피아 내 난민 수용소만 26개에 달한다. 에티오피아는 2016년 남수단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국경 인근에 대규모 난민 수용소를 열고 난민 8만5000명을 수용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난민들이 내수경기 침체, 인력 부족 현상 등을 일부 해결해 산업화 및 경제 발전 속도를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 머무는 난민 중 약 40%가 경제 활동이 가능한 18∼60세라는 점도 무관치 않다. 이들의 경제 활동을 허용해 ‘세금을 갉아먹는 존재’가 아닌 ‘미래의 인적자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셈이다.

아베베 아베바예후 에티오피아 투자위원회 위원장은 난민법이 통과된 당일 “새 난민법은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에티오피아 국민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총 5억 달러(약 5637억 원)를 투자해 1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 중 30%를 난민들에게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엔난민기구 등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진보적인 난민 정책이 탄생했다”고 치하했다. 유엔난민기구 동아프리카 대변인 데이나 휴즈는 “교육과 근로권 제공은 난민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사회 전체의 이익”이라며 “매우 현명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출신의 난민구호 활동가 스티네 파우스 역시 로이터에 “일부 서방국가가 난민을 외면하고 외국인 혐오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1998년부터 이웃 에리트레아와 전쟁을 벌여 온 에티오피아는 지난해 7월 ‘평화와 우정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며 종전을 선언했다. 또 석 달 뒤 외교관 출신 사흘레워크 제우데(68)를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남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국방장관을 비롯해 내각의 전체 장관 20명 중 절반을 여성으로 채우는 등 다양한 개혁·개방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 난민의 정의 ::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이란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 박해를 받을 위험에 처한 사람. 출신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돌아갈 수 없어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뜻함.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에티오피아#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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