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이런 말을 해야 한다면? 당사자와 가족 모두 충격과 슬픔으로 마음이 무너질 것이다.
유방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여성 유방암 신규 환자는 2만2468명. 2000년보다 3.6배 늘어난 수치다. 환자는 늘고 있지만 다행히 조기 진단과 치료법의 발달로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다.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1.2%, 10년 생존율도 84.8%에 이른다.
양정현 건국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유방암 전문의로 수십 년간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유방 전문가다. 진료 현장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들을 보며 의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양 교수가 환자들을 위한 책을 발간했다. 너무나 말해주고 싶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진료실에서는 미처 해주지 못했던, 유방암에 대한 이야기를 책에서 모두 풀어냈다. 이번 ‘톡투 북’의 주인공은 양 교수다.
▽홍은심 의학 기자(이하 홍 기자)=책 속에 유방암 환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 정말 많다. 특히 뒷부분은 환자의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풀어놨는데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이렇게 환자들에게 설명을 해주는가.
▽양정현 건국대 유방외과 교수(이하 양 교수)=우리나라 진료 현장이 환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의사에게 답을 얻지 못한 환자들은 환우 단체나 인터넷에서 무분별하게 돌아다니는 이야기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다 자칫 잘못된 지식들을 믿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환자들의 두려움을 키우거나 치료를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홍 기자=모든 암이 그렇듯 유방암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도 그래서 유방을 제거하지 않았나. 실제 유방암 환자 중 어느 정도가 유전으로 암이 생기나.
▽양 교수=유방암 발병 원인은 생활환경, 호르몬 등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시기가 늦어지는 것도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족력이 있어서 발병했다고 여겨지는 유방암은 환자의 10% 정도다.
예방적 유방 절제술은 유방암 발생 위험을 90∼95% 정도 낮출 수 있지만 생존 이득에 관한 근거는 아직까지 확실치 않다.
▽홍 기자=유방암은 자가진단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대표적인 의심 증세가 멍울이 만져지는 것인데 일단 무언가 잡히면 유방암인가.
▽양 교수=촉진을 했을 때 부드러운 혹이 만져지면 대부분 지방덩어리일 경우가 많다. 특히 폐경기 여성에게서 이런 현상이 많다. 폐경 전 여성은 유방조직이 겨드랑이로 꼬리처럼 퍼져 있는 부유방일 수 있다. 또는 생리를 하면서 붓고 통증이 생길 수도 있다. 아니면 섬유선종일 수도 있으니 멍울이 만져졌다고 겁부터 내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홍 기자=지금 힘겹게 투병 중인 유방암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양 교수=암이 곧 사형선고처럼 여겨졌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 방법이 많이 발전했다. 희망을 놓지 않고 관리를 잘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이다. 40세 이상에서는 매년 유방 촬영과 초음파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의 몸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평소 자가진단도 게을리하지 않고 이상 증세가 느껴진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암 진단을 받았다고 무서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양정현 교수가 알려주는 ‘유방암 자가진단법’ ▼
거울 앞에서 유방 관찰하기
① 유방의 전체적인 모양, 좌우 대칭, 피부, 유두 색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본다. 유두에서 분비물이 나오는지, 피부에 발진이 없는지, 피부가 두꺼워졌거나 움푹 들어가 있지는 않은지 본다.
② 차렷 자세, 양손을 위로 든 상태,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 상태에서 변화를 살핀다.
반듯이 누운 자세에서 손으로 검진하기
① 어깨 밑에 타월을 받치고 반듯이 눕는다.
② 검진하려는 쪽의 반대편 손으로 검진을 시작한다. 가슴이 큰 여성은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반대쪽 가슴을 검진한다.
③ 3, 4개의 손가락 마디를 이용한다.
④ 가슴을 상하좌우 직선 방향, 방사선 방향, 원 방향으로 부드럽게 눌러가면서 멍울이 만져지는지 확인한다. 적절히 압력을 가해 뼈가 닿는 느낌까지 눌러 보는 것도 좋다.
⑤ 샤워하면서 비누가 살짝 묻은 상태에서 하면 맨손으로 할 때보다 좀더 민감하게 촉진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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