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 씨(32)는 힘들게 분만을 하고 두 달여가 지났다. 어느 날 대변을 보는 중에 밑에서 무언가 쑥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어 화들짝 놀랐다. 병원에 갔더니 방광 탈출증이라고 했다.
신모 씨(89)는 10년 전부터 질 밖에 무언가 보였다. 귀찮아 한동안 그냥 지내다가 병원을 찾았더니 자궁 탈출증 진단이 나왔다.
중년이 넘은 여성들을 괴롭히는 질환 중에 골반장기탈출증이 있다. 질을 통해 장기가 내려와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골반장기탈출증(자궁탈출증, 방광탈출증) 환자는 밑이 묵직하고 내려앉은 것 같다고 느끼지만 그냥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복숭아같이 ‘무언가’가 질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불편함을 느끼고 병원을 찾게 된다. 심하면 힘만 줘도 그것이 몸 밖으로 쑥 나와 걷기도 불편해진다. 심지어 속옷에 피까지 묻어 불쾌감을 준다. 질 밖으로 빠진 자궁이나 방광이 속옷에 쓸리면서 표면에 상처가 나고 출혈이나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방광이 탈출하면 요도를 휘게 만든다.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이 급하게 마려운 절박뇨, 소변 본 뒤 개운치 않은 잔뇨감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
분만할 때 난산이면 방광과 자궁을 받쳐주는 골반저 근육과 인대가 손상되고 늘어날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방광과 자궁이 내려앉고 질을 통해 빠져나오게 된다. 선천적으로 약한 경우도 있다. 분만을 하지 않았어도 방광과 자궁이 질을 통해 빠지기도 한다. 특히 변비가 심하거나 아래로 힘을 주는 운동,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는 일을 많이 할수록 증상이 빨리 진행될 수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은 자궁 탈출만 있는 경우도 있고 방광 탈출만 생기기도 한다. 또는 두 개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질 입구 안쪽으로 2cm까지 내려오면 1기, 질 입구까지 빠져나오면 2기, 질 밖으로 1cm 이상 보이면 3기다. 4기는 완전히 탈출된 경우다. 방광 탈출이나 자궁 탈출 환자는 질도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직장 탈출도 종종 나타난다.
골반장기탈출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자궁을 들어내고 늘어난 방광점막을 잘라내는 수술을 한다. 전신마취나 척추마취 후에 진행하게 되고 수술은 보통 3시간 넘게 걸린다. 수술 후에는 소변 줄을 달고 일주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고령의 환자는 합병증 위험 때문에 수술 대신 질 내에 페서리(pessary)라는 링을 끼우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링으로 방광이나 자궁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다. 페서리는 환자나 의사가 직접 삽입해야 한다. 직접 삽입이 어려운 고령의 환자는 계속 끼고 있으면 질염이 생겨 악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가서 관리를 받아야 한다.
분당여성산부인과에서는 골반장기탈출증 치료에 ‘자궁 탈출, 방광류 교정술(POP-UP수술)’을 시행한다. 자궁을 들어내거나 늘어진 방광점막을 잘라내지 않고 자궁과 방광이 몸 밖으로 내려오지 않도록 위로 올려주는 신개념 수술법이다. 교정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사각형 인조 그물망(MESH)을 방광점막 안쪽에 대고 양쪽 사타구니로 빼서 탈출된 자궁과 방광을 동시에 위로 올려준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재발이 거의 없고 완치율은 95% 이상이라고 말했다. 분당여성산부인과 의료진은 “국소마취로 수술하기 때문에 마취로 인한 부작용과 합병증의 우려가 없다”며 “고령 환자도 쉽게 수술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총 수술 시간도 30분 정도로 짧고 수술 후 통증도 거의 없어서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골반장기탈출증 수술 후에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평소 쪼그려 앉는 자세는 피하고 무거운 물건은 들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평소 관리를 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