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무도 몰랐던 하은이의 죽음… 출생신고제 바꿔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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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 된 영아가 부모의 학대로 숨진 사실이 7년여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자수한 친모에 따르면 2010년 12월 남편이 딸 하은이(가명)를 폭행했고,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아 숨졌다는 것이다. 시신은 종이상자에 담아 수년간 집에 보관했는데 2017년 3월 경찰에 신고한 뒤 집에 가보니 상자가 사라졌다고 한다. 부모의 아동 학대와 사체 유기 여부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아픈 아이가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되고, 친모의 자수가 없었다면 사망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데는 허술한 출생신고제 탓도 크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 한정하고 있다. 검사나 지자체장도 할 수는 있지만 아동학대 사건이 났을 때 사후 조치하는 수준이다. 출생신고를 안 하면 국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고, 따라서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사실상 제도권 밖의 ‘투명인간’인 셈이다. 출생신고를 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든 7년간이나 이를 감출 수도 없었을 것이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하는 경우는 곳곳에서 벌어진다. 2016년 광주에서는 부부가 가정 형편 등을 이유로 자녀 4명의 출생신고를 11∼17년이 지난 2015년에 한 사실이 알려졌다. 아이들은 어떤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은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의무를 부과해 출생신고 누락이나 허위 신고를 예방하고 있다. 우리도 관련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병원에 대한 규제 및 개인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심사가 보류되다 2016년 5월 자동 폐기됐다. 출생신고를 누락해도 과태료 5만 원에 그치는 것도 신고를 경시하는 이유다. 태어났다는 사실조차 고(告)하지 못한 채 사라져간 아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출생신고제의 허점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
#출생신고제#하은이#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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