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4일.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뒷마당에 연구원들이 모였어요. 4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던 참고래 골격을 꺼내기 위해서지요. 삽을 들고 흙을 파자 묻혀 있던 참고래의 골격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발견한 건 목재 틀이었어요. 목재 틀을 부수자 그 안에서 커다란 두개골이 나왔지요. 이후 아래턱뼈인 하악골과 어깨뼈인 견갑골을 꺼내고, 척추와 꼬리뼈들도 차례로 꺼냈어요. 참고래 골격이 망가지지 않도록 연구원들이 조심스럽게 작업했고, 묻어 있는 흙은 솔로 일일이 털어냈어요.
참고래는 지구상의 동물 중 대왕고래 다음으로 큰 몸집을 지닌 대형 포유류예요.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연구 목적으로도 포획을 하지 않고 있지요. 그런데 2014년 5월 17일 전북 군산시 앞 해상에서 어류를 잡기 위해 친 그물에 참고래가 우연히 걸려 잡혔어요. 이 참고래의 몸길이는 14m였어요. 성체로 다 자라면 27m 정도이기 때문에, 아직 한참 성장하고 있던 청소년기의 참고래였지요.
과학자들은 이 참고래를 골격표본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어요. 골격표본은 종의 특성을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자료예요. 골격표본은 참고래의 실제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요. 참고래를 직접 보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먼 바다에 나가야 해요. 그마저도 물을 내뿜는 일부 모습만 보는 정도거든요. 고래연구센터 이경리 연구사는 “골격표본을 만들면 많은 사람이 참고래의 실제 크기를 느낄 수 있고, 이렇게 큰 생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어요.
현재 고래연구센터 뒷마당에는 이번 참고래뿐 아니라 혹등고래와 밍크고래도 골격표본이 되는 날을 꿈꾸며 잠들어 있답니다. 고래를 사냥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서 우연히 잡힌 고래는 연구기관에 기증되거든요. 이후 땅에 매장해 뼈만 남을 때까지 시간을 보냅니다. 땅속에서 4년, 나오는 데 6시간! 골격표본을 만들기 위해서는 뼈에서 살 조직을 깨끗하게 발라내야 해요. 일반적으로 락스나 과산화수소 같은 약품을 뜨겁게 끓인 다음, 표본을 담그는 방법이 있지요. 그러나 이 방법은 뼈가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 대신 물에 담그거나 땅에 묻어서 미생물에 의해 썩게 하는 방법도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교한 골격표본을 만들 수 있지요. 이번 참고래의 경우 너무 커서 담을 수조를 따로 만들기 어려웠어요. 결국 땅에 매장하는 방법을 쓰게 되었지요. 진흙으로 이뤄진 땅에 뼈를 묻으면 물이 고여 뼈까지 다 썩을 수 있어요. 그래서 배수와 통풍이 잘될 수 있도록 물이 잘 빠지는 고운 모래를 사용했지요.
6시간에 걸쳐 세상 밖으로 나온 골격은 아직 흙과 살 조직이 남아 있는 상태예요. 연구원들은 솔로 흙을 일일이 다 닦아내었지요. 이후 뜨겁게 끓인 과산화수소에 담가 남아 있는 살 조직을 모두 제거했고, 동시에 뼈의 색도 하얗게 만들었답니다.
서늘한 곳으로 옮겨 자연 건조 방식으로 골격에 남은 물기를 없애요. 참고래는 현재 연구센터 옆 별도의 공간에서 말리는 중이에요. 건조 과정에서 골격 일부가 뒤틀리며 망가질 수 있어요. 골격의 변형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제습기를 가동해 창고 안을 건조한 환경으로 항상 유지하고 있지요. 골격은 이미 갈라지고 깨지거나 구멍 난 부위도 많았어요. 파손된 부위는 뼈와 비슷한 질감의 플라스틱이나 에폭시 소재를 붙여서 고쳐요. 파손된 부위가 더 커지지 않도록 막고, 단단함을 유지할 수 있지요.
마지막 과정은 뼈를 모양에 맞게 조립하는 거예요. 뼈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철사를 꽂아 다른 뼈와 연결하지요. 크기가 작은 뼈들의 경우 복원 과정에서 접착제를 사용하기도 해요. 이번 참고래 골격표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참고래 표본이 될 거예요. 현재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국립수산과학원 전시 공간에 참고래의 골격표본이 있지만, 이 표본은 10m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올해 말 복원과 조립 과정을 거쳐 완성되면 많은 사람에게 공개될 예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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