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블랙스완-회색코뿔소 막아라”… 中, 색깔혁명 경계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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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경제둔화에 위기의식
‘작년 6.6% 성장’ 발표한 시간… 시진핑, 핵심간부 수백명 소집
“당이 직면한 위험 첨예하고 심각”, 인터넷 등 여론 통제 강화도 시사
공안부장 “적대세력 타격” 강조

“모든 경찰(공안)의 지혜와 힘을 모아 색깔혁명을 막아야 한다.”

자오커즈(趙克志) 중국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17일 베이징 전국 공안청국장 회의에서 한 말이다. 그는 “정치적 위험을 막는 것을 가장 위에 놓고 내외 적대 세력이 각종 전복 파괴 활동에 침투하는 것도 결연히 타격하라”고 주문했다. 공안부장이 직접 색깔혁명을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 “색깔혁명 막아라”

색깔혁명은 199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와 동유럽 등의 옛 소련 국가에서 일어난 비폭력 정권교체 운동이다. 중동에서도 발생했다. 2010년 튀니지의 재스민혁명 등은 특정 색과 꽃을 상징한다. 무장경찰 등 공권력을 장악한 자오 위원의 발언은 중국 정부가 현재 중국 내 불안과 동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그의 발언은 1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앙정법공작회의를 열고 ‘국가 정치 안전의 수호 임무’를 강조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

자오 위원의 발언 나흘 뒤인 21일 시 주석은 중앙 및 지방의 핵심 간부 수백 명을 베이징에 모았다. 리커창 총리 등 최고지도부(상무위원) 7명도 모두 참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8년 만의 최저치인 6.6%에 그쳤다고 중국 당국이 발표한 바로 그 시간이었다.

22일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의에서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사건)을 고도로 경계하고 회색코뿔소(예측 가능하나 간과하는 위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외부 환경이 복잡, 가혹해졌다”며 “중대한 위험을 막고 없애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특히 위험을 막는 일을 ‘전쟁’이라 표현하며 ‘투쟁’을 요구했다.

○ 시진핑 “당의 장기 집권 시련” 거론

시 주석은 “공산당이 직면한 장기 집권, 개혁개방, 시장경제, 외부 환경의 시련은 장기적이고 복잡하다. 당이 직면한 정신 나태, 능력 부족, 대중 이탈, 부패의 위험은 첨예하고 심각하다”고 인정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이 장기 집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거론한 것이 새롭다”고 분석했다. 즉 중국 지도부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경제 둔화로 인한 내부 비판 및 동요가 ‘공산당만이 집권할 수 있다’는 중국 사회주의 이념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통제를 더 강화할 뜻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정확한 세계관과 인생관, 가치관을 형성시키고 중국 사회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 사회주의 건설자와 후계자가 되도록 확실히 보장하라”고 강조했다. 중국 젊은이들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을 통제로 막겠다는 뜻이다.

관변 경제학자로 분류되는 샹쑹쭤(向松祚) 런민대 국제화폐연구소 부소장은 최근 강연에서 “중국 경제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며 “지도부가 미중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오판했다. 민영 기업들이 중상을 입었다. 지도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 경제 둔화로 인한 세계 경기 하강 우려가 높은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엔도 이 우려에 동참했다. IMF는 21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발표보다 0.2%포인트 낮은 3.5%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 예상치 역시 기존 3.7%에서 3.6%로 낮췄다.

유엔도 이날 연례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018년(3.1%)보다 조금 낮은 각각 3.0%로 예상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임보미 기자
#시진핑#블랙스완#회색코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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