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삼성 에이스 발돋움 이관희
“1시간 일찍, 30분 더 훈련” 철칙… 득점 토종 5위 등 뒤늦게 두각
1대1 능력 키우려 복싱도 배워
“부상을 이기려 하지 말자.”
프로농구 삼성 가드 이관희(31)의 자택 안방에 걸린 칠판에는 최근 새로운 문구가 생겼다. 족저근막염이 심해지면서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다. 명심할 내용을 잘 보이는 곳에 적어두는 것은 그가 프로 데뷔 때부터 지켜온 습관이다. 22일 경기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 체육관에서 만난 이관희는 “너무 무식하게 훈련했던 것 같다. 경기당 평균 출전 시간이 30분을 넘긴 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려면 체력 관리도 다르게 했어야 하는데 과거와 똑같은 훈련량을 유지했다.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하게 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관희는 ‘부상도 씹어 먹을 기세’로 훈련해 왔다. 하루 세 차례(오전, 오후, 야간) 팀 훈련 때마다 한 시간 일찍 시작해 30분 늦게 끝내는 것은 그의 오랜 철칙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하루 4시간 30분을 더 훈련하는 셈. 이상민 삼성 감독은 그가 예비군 훈련 가는 날 아침까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관희는 “그날 연습한 걸 감독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다. 예비군 훈련에 가면 며칠 동안 운동을 못하지 않나. 오전 9시까지 입소라고 하기에 6시 반에 체육관에 나와서 한 시간 정도 연습하고 아침밥 먹고 출발했다”고 말했다.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은 이번 시즌에야 빛을 봤다. 한 번도 경기당 평균 득점이 10점을 넘기지 못하던 그는 22일 현재 평균 득점 13.7점(국내 5위), 4.1리바운드로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에는 생애 첫 올스타전에도 나섰다. 발바닥 통증이 심했지만 진통제를 먹고 코트에 섰다는 그는 “처음 나가는 올스타전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올스타전에) 너무 늦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5, 6년 전에는 왔어야 하는데….(웃음) 10개 구단 팬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 아닌가. 그런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관희는 몸싸움이 강한 필리핀 리그에서 비시즌을 보내고, 체력 보강과 반사 신경 향상을 위해 복싱까지 배웠다. 2016년 필리핀에서 플레이오프 포함 13경기에 출전한 그는 당시 건장한 외국인 선수와 맞붙으며 1대1 능력을 키웠다. 올 시즌 그가 단신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비시즌 기간에 배운 복싱에 대해서는 “복싱이 팔을 뻗는 운동이라 농구와 비슷한 면이 많다. 복싱 스텝이 농구 스텝과 달라서 돌파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관희는 올 시즌을 앞두고 ‘평균 두 자릿수 득점’과 ‘국내 선수 득점 톱5’를 목표로 잡았다. 그는 “개인 목표에는 다가섰지만 더 큰 목표인 팀 성적이 부진해 고민이 많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10승 25패)은 최하위지만 최근 끈질긴 모습을 되찾으며 9위 SK를 0.5경기 차로 쫓았다. 이관희는 “비시즌에 준비한 게 많았는데 부상 선수가 많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근처에도 못 가고 있어서 스트레스가 많다. 남은 시즌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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