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에 3년 26억… 박경수 “KT 유니폼이 날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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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어 두번째 FA 계약

“등번호 6번을 다른 번호로 바꿔 보는 게 어떻겠니?” “아닙니다, 코치님. 제가 꼭 이겨내 보겠습니다.”

2000년대 후반의 어느 날. 유지현 당시 LG 수비코치(현 수석코치)와 LG 내야수 박경수(35·현 KT·사진) 사이에선 이런 대화가 오갔다.

성남고를 졸업한 박경수는 2003년 초고교급 유격수라는 평가를 들으며 LG에 입단했다. 계약금만 4억3000만 원을 받았다. 명유격수로 활약했던 유 코치는 현역 시절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등번호 6번을 박경수에게 물려줬다.

그렇지만 LG에서 박경수의 성장은 더뎠다. 잦은 부상 탓에 주전 자리조차 잡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유 코치는 박경수에게 등번호 교체를 제안했다. 유 코치는 “LG 팬들이 기억하는 6번은 야구를 잘하는 유격수다. 그것도 전성기 시절의 유지현을 떠올린다. 경수에게 너무 큰 부담을 준 것 같아 미안했다”라고 했다.

“3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박경수(왼쪽)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선수단 신년 결의식에서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새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3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박경수(왼쪽)가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선수단 신년 결의식에서 이강철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새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수원=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무거운 짐과 같았던 등번호 6번이 박경수에겐 날개가 됐다. KT 6번 박경수가 야구 인생의 꽃을 활짝 피웠기 때문이다.

박경수는 21일 원 소속팀 KT와 3년 총액 26억 원(계약금 8억 원, 연봉 12억 원, 옵션 6억 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다. 한국 나이 36세를 감안하면 대박에 가깝다는 평가다. 2014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박경수는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LG를 떠났다. 첫 번째 FA가 되었을 때 KT 유니폼을 입으면서 4년 18억2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번 계약은 4년 전에 비해 기간은 줄었지만 액수는 더 커졌다.

KT 이적 후 박경수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LG에서 뛴 10년간 만년 후보였지만 KT에서는 4년 연속 주전 2루수로 뛰었다. 무엇보다 장타력이 향상됐다. LG 시절 한 시즌 최다 홈런이 8개(2008년, 2009년)에 불과했지만 KT 이적 첫해인 2015년 22홈런을 쳤다. KT에서 뛴 4년간 524경기 기록은 타율 0.280, 82홈런, 293타점이다. 같은 기간 팀 내 통산 홈런 1위이자 타점 1위다. 그 덕분에 ‘수원 거포’라는 별명도 얻었다.

KT 이적 후 확연히 좋아진 타격에 대해 박경수는 “LG 시절부터 쌓아온 노력이 뒤늦게 빛을 본 것 같다. KT 이적 후 첫 전지훈련 때 ‘이거다’ 하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LG와 KT에서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났다. 비슷한 처지의 후배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유지현 코치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유 코치님은 내 우상이었다. 뒤늦게나마 유 코치님으로부터 받은 6번에 대한 명성을 조금이나마 지켜드리게 돼 다행이다.”

29일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박경수는 “큰 선물을 주신 KT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박경수#유지현#자유계약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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