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리그 여자부 부산시설공단의 신인 강은혜(23·사진)는 한국 핸드볼에서 보기 드문 대형 피봇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장 185cm에 서양 선수 같은 듬직한 체구를 지녀 실업 데뷔 전부터 핸드볼 국가대표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주역 허순영, 김차연 이후 명맥이 끊긴 피봇 계보를 이을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농구에서 센터와 비슷한 포지션으로 상대 골문 앞에서 수비수와 치열한 몸싸움을 하다 보니 경기 후 그의 유니폼은 너덜너덜해진다. 여기저기 잡혀 늘어져서다. 그래도 그가 상대 수비수 둘 이상을 달고 몸싸움에 나서줘야 팀 동료들에게 공격할 빈틈이 생긴다. 힘 하나는 타고나 강은혜가 마음먹고 몸을 ‘털면’ 수비수 둘도 버거워한다. 경기 중 강은혜를 유심히 보다 보면 마치 싸움에 연루된 듯한 모습도 연출된다.
“사람이라 가끔 ‘욱’할 때도 있죠. 그래도 언니들이 득점하거나, 수비수 파울로 퇴장을 이끌며 슛을 성공시킬 때 ‘피봇’ 하는 희열을 느껴요. 하하.”
득점 등 기술 면에서 류은희, 심해인, 권한나 등 팀의 국가대표 ‘슛도사’ 선배들에 비해 부족하지만 리그 1위(9승 1패)를 질주하는 팀에서 ‘수비의 핵’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다. 덩치 큰 그가 키 180cm인 류은희와 함께 팔을 들고 있으면 빈틈을 노려야 할 상대팀은 벽이 두 개가 세워진 듯 난감해진다. 상대가 한발 더 뛰는 플레이로 흔들려 노력하지만 후반 체력 문제를 노출하며 번번이 부산시설공단에 승기를 내준다. 강은혜는 “나도 한발 더 뛰면서 상대를 부담스럽게 해 팀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인다.
강은혜가 지난해 10월 열린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힌 뒤 받은 첫 질문이 “유럽엔 언제 진출하느냐”였다. 체구가 좋은 대형 피봇의 등장에 대한 큰 기대가 담긴 것.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는 넉살 좋게 재치로 받아친다.
“몸이 근육질인 언니들에 비해 저는 아직 40% 수준이에요. 쟁쟁한 언니들, 제게 태극마크 단 보람을 느끼게 해준 감독님께 한 수 ‘제대로’ 배우고 꿈꿔 보겠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