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싱글…’ 펴낸 유광수 교수
휴먼앤북스 미스터리 컬렉션 첫 작품… “스릴러가 ‘문학 호시절’ 찾아줄 것”
“그게… 그것이… 어떠한….”
청산유수로 답변을 쏟아내던 그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줄거리를 묻자 ‘어버버’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장편 스릴러 ‘싱글몰트 사나이’(휴먼앤북스) 기자간담회. 책을 쓴 유광수 연세대 학부대 교수(50)는 “스릴러 장르라 말 못 할 내용이 많다. 범인을 미리 알면 재미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싱글몰트…’는 휴먼앤북스가 기획한 ‘스릴러 미스터리 컬렉션’의 첫 작품이다. 하응백 휴먼앤북스 대표가 ‘한국의 토종 스릴러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야심 차게 준비했다. 하 대표는 “해외 소설이 스릴러 장르를 장악한 현실에 울분이 솟았다. 재능 있는 작가를 발굴해 매년 4, 5편씩 출간하겠다”고 했다.
첫 작품으로 ‘싱글몰트…’를 택한 건 왜일까. 유 교수의 전작에서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고전소설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는 유 교수는 2007년 ‘진시황 프로젝트’로 한 장르소설 문학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왕의 군대’ ‘윤동주 프로젝트’ 등 스릴러 작품을 펴내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이야기 뼈대는 형사 출신 시간강사인 강태혁이 기무사 소령 윤소영과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크고 작은 한국 사회의 문제와 소시민의 삶, 정치사가 촘촘히 끼어든다. 유 교수는 “스릴러지만 현실을 적극 반영했다. 각 작품을 연결해 마블 시리즈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완성하고 싶다”고 했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도 집필 과정에서 집단 지성의 힘을 빌린 점이 눈에 띈다. 미스터리 컬렉션 편집위원인 고인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허진 문학평론가와 두 번째 시리즈 작품을 집필한 이동원 작가, 그리고 유 교수가 작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유 교수는 “재미있게 읽히려면 여러 사람의 시각을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봤다. 방송작가들이 대본을 쓰듯 편집위원들에게 혼나고 검증받았다”고 했다.
그는 스릴러의 대중화가 ‘문학의 호시절’을 되찾을 ‘마스터키’라고 믿는다.
“고전시대 소설은 오히려 지금의 대중소설에 가까웠어요. 국내에선 웹툰과 미국 드라마의 영향을 받은 젊은 작가들조차 장르문학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안타깝습니다. 한국도 스릴러 작가의 시대가 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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