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일본측 요구받고 ‘징용 재판 개입’ 지시 정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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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2015년 면담 내용 메모 확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본 정·재계 고위 인사의 요구를 받은 뒤 외교부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재판 개입을 지시했다는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015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일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사사키 미키오(佐佐木幹夫)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의 면담 내용이 담긴 메모를 한 참석자로부터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회담에서 일본 측은 당시 “강제징용 소송 판결을 방치하면 한일 관계가 파탄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나라 망신이 안 되도록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징용 소송을 처리하라”고 외교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을 거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0·수감 중)에게 전달됐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에게도 보고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23일 양 전 대법원장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강제징용 재판 등에 그가 직접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증거를 앞세워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영장범죄사실 40여 가지 중 가장 분량이 많은 강제징용 재판 개입에 양 전 대법원장이 주심인 김용덕 전 대법관에게 판결 확정의 파장을 언급하고, 피고 측 변호인을 집무실에서 면담한 내용이 포함됐다.

사법부 역사상 초유의 전직 대법원장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곳은 2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가 열렸던 곳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연수원 25년 후배인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52·27기)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심리가 시작된다.

양 전 대법원장이 36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조서를 열람한 점에 비춰 검찰 측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 중앙의 피고인석에 앉아 법대 위에 앉은 명 부장판사를 올려다보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옆에는 검찰 수사 때부터 입회했던 검사 출신의 최정숙 변호사가 앉는다.

검찰은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신봉수 부장검사(48·29기)와 단성한(44·32기), 박주성(40·32기) 부부장검사가 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가 끝난 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치 장소 결정 권한은 법원이 갖고 있다. 통상의 경우처럼 구치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조사실에서 이례적으로 대기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 측은 “전직 대통령의 경우 경호 관련 법률상 여러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되면 양 전 대법원장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은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심사 결과는 24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교 후배의 재판 진행 상황을 무단 열람한 혐의 등 30여 가지 범죄 사실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62·12기)은 319호 법정에서 영장심사를 받는다.

김동혁 hack@donga.com·이호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일본측 요구#‘징용 재판 개입’ 지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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