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외교부 청사에서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교장관과 만나고 나오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북한과의 실무 협상은 어땠냐’고 묻자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에 참석한 뒤 스톡홀름으로 왔다. 19일 발스트룀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부터 2박 3일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다섯 끼를 같이 먹는 등 숙식을 함께하며 실무 협상을 마쳤다.
스웨덴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신뢰 구축, 경제 발전, 그리고 장기적 개입을 포함해 한반도 발전에 관한 이슈들을 다루는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특히 한 외교 소식통은 “지역안보를 위한 다양한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 이슈에 긴 시간이 할애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한 의제로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초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렸던 ‘동북아 발전’ 관련 1.5트랙(반관반민) 회의에선 최진 북한 외무성 산하 평화군축연구소 부소장이 “미국은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 해주겠다고 하는데 종전선언 그까짓 거 받으려고 비핵화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스톡홀름에선 북한이 상징성이 강한 종전선언 대신 주한미군 지위 문제까지 다룰 수 있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로 무게중심을 옮겼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회담은 40시간 동안 스톡홀름 외곽 숲속 휴양시설인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장에서 한 번도 밖에 나오지 않고 회의하는 독특한 형태로 진행됐다.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 북한, 미국 대표단이 삼시 세끼를 같이했다”며 “매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협상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업무를 맡은 비건 대표는 협상파트너인 최 부상을 처음 만났으나 저녁에 술도 곁들이며 늦게까지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을 주최하면서 보안을 중시한 스웨덴 외교부는 협상단에도 막판까지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협상단이 협상장을 찾아 꼬불꼬불한 산길을 들어갈 때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걸어서 숙소와 회담장을 오가며 밀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에 협상 대표들은 상당히 만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북한, 미국 대표단은 양자 혹은 3자 회담을 자유롭게 가졌고, 발스트룀 장관 주최로 국제 분쟁 및 한반도 민간 전문가들과 1.5트랙 국제회의도 했다. 그 속에서 2차 정상회담과 관련된 이슈에 대해 폭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22일 본국으로 향했다. 김영철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최선희 부상과 비건 대표의 투트랙 접근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한걸음 더 다가간 양국은 남은 한 달간 날짜와 장소, 의제를 두고 막판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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