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공공조달의 역할을 강화하겠습니다.”
정무경 조달청장은 23일 조달청 개청 70주년(17일)을 기념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혁신 조달’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조달청이 어떻게 살(구매) 것인지를 고민하는 ‘소극적 계약자’였다면 앞으로는 무엇을 살 것인가를 탐색하는 ‘적극적 조달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 구매함으로써 경제 혁신과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과제를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청장실 한편의 액자에 스크랩된 1991년 9월 2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그의 부지런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농민 지키는 무역전쟁의 첨병’이란 제목의 이 기사는 우루과이라운드(UR) 대책을 마련하느라 밤샘 근무를 예사로 하던 경제기획원 당시의 정무경 사무관을 소개하고 있다.
―전략적 조달자의 역할은 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해 5가지 정책 목표를 정했다.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늘리며 생명과 안전, 환경 같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데 공공조달이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 상생 협력의 공정 조달과 고객 중심의 찾아가는 조달이라는 본연의 기능에도 충실하겠다.” ―그 가운데 ‘혁신 조달’을 최고의 화두로 강조했다.
“올해 혁신 조달을 본궤도에 올려 그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겠다. 창업·벤처기업 전용몰인 벤처나라는 이미 기업의 성장 사다리 노릇을 톡톡히 하기 시작했다. 실적은 없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여기서 실적을 쌓아 우수조달제품으로 지정되고 해외조달 시장에도 진출하고 있다. 11일 강원도와 벤처나라 협약을 맺었는데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도내 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무척 반가워했다.” ―‘실험실에서 시장으로’란 혁신 슬로건을 내세웠는데….
“시장에 나오지 않은 혁신 제품과 서비스가 상용화되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혁신적인 일이다. 공공기관의 수요가 있는 혁신제품을 개발한 경우 구매를 약속하는 ‘공공수요와 연계한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이 그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국방용 드론에 이어 올해 기상관측 등 8개 분야의 드론이 개발될 예정인데 이를 우수조달제품으로 지정하겠다. ‘혁신 조달 공공 테스트베드 사업’도 정규 사업으로 추진된다. 시장 출시 전의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조달청이 미리 구매해 공공기관의 테스트와 피드백을 거쳐 상용화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미래자동차, 스마트시티, 바이오헬스 등 정부 8대 핵심 선도 사업의 혁신을 지원한다.” ―청장으로 개청 70주년을 맞았다.
“어깨가 무겁지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조달청은 1949년 1월 17일 국무총리실 소속 임시외자총국으로 첫발을 내디딘 뒤 1955년 외자청으로 승격했고 1961년 조달청으로 확대 개편됐다. 거래 실적은 1962년 116억 원에서 지난해 나라장터 기준으로 80조 원으로 약 7000배 늘었다. 2002년 개통한 나라장터는 하루 20만 명이 방문해 20만 건의 거래가 이뤄지는 혁신 공간이 됐다. 4월에 조달물자 전시회를 열고 ‘조달의 날’ 제정을 추진하겠다.” ―일자리 창출도 약속했는데….
“공공조달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최우선 과제이고 공공조달의 예산 규모가 큰 만큼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의 양과 질이 높고 여성과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기업이 각종 조달정책에서 인센티브를 받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페널티를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
―해외조달 시장에 눈을 돌릴 때다.
“해외조달 시장의 규모는 무려 9조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그 거대한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거의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조달 시장의 경우 국가별 장벽은 여전히 높지만 유엔 같은 국제기구 시장은 상대적으로 진출이 용이하다. 해외조달 시장 진출 유망 기업들이 직접 진출하거나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간접 진출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겠다.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의 조달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국내 기업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
―현장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현장을 가장 많이 찾은 청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취임 이후 일주일에 한 번은 현장을 찾아 조달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기업들이 제기한 건의나 의견은 하나도 소홀히 취급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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