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세종시교육청 왜 이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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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신입생 배정 오류 학생들… 구제 방침 밝혔다가 철회 소동

세종시교육청이 올해 고등학교 신입생 학교 배정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로 잘못 배정됐던 학생들을 당초 구제했다가 이를 다시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법률 자문 결과 구제가 교육감 권한을 넘어선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시교육청의 번복 조치가 학생과 학부모들의 더 큰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교육청은 올해 고교 배정과 후속 대책을 놓고 여러 번 오락가락했다. 시교육청은 11일 오후 3시 고교 입학 예정자 2775명에 대한 학교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에서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합격자 109명이 일반고(평준화 후기고)에도 중복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긴급 점검 결과 배정 시스템의 오류가 원인이었다. 시교육청은 곧바로 오류를 바로잡아 6시간 만인 오후 9시에 재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6시간 전 발표 때와 배정 결과가 달라진 학생 414명 가운데 195명 측이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들 대부분은 처음 발표 때와는 달리 원하지 않은 학교에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시교육청은 195명에 대해서는 원한다면 최초 발표된 학교로 배정해 주겠다는 구제책을 내놨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반발을 무마하려고 잘못된 배정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시교육청은 강행했다. 교육당국의 잘못으로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상처를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구제책으로 일부 고교가 정원을 초과할 경우 학급당 학생수를 늘리는 등의 비상 대책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24일 구제 방침을 다시 철회했다. 195명에 대해 구제 희망 신청까지 받은 시점이었다.

시교육청은 “법률 검토에서 교육감의 구제 대책이 권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규정(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4조의 추첨 배정 원칙)과 신뢰 보호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지적됐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단은 최초 배정은 객관적인 하자(시스템 오류)가 명백해 무효로 하거나 취소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배정은 정상적인 시스템 작동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교육감은 “고입 배정 문제로 혼란을 일으키고 195명의 학생과 학부모께 큰 실망감과 혼선을 드려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세종시교육청#고교 신입생 배정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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