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9시 7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한 김명수 대법원장. 1층 로비 앞에서 기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수감 중)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어 3초간 허리를 깊숙이 굽혔다.
허리를 펴고 선 뒤 정면을 바라본 김 대법원장은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를 저는 찾을 수 없습니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긴장한 듯 가끔씩 입술이 떨렸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며 “그것만이 우리가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또 그것만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마지막으로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김 대법원장은 다시 2초간 허리를 굽혀 거듭 사죄의 뜻을 나타냈다. 기자들이 ‘앞으로 법원 내부 갈등은 어떻게 봉합할 건가’라고 물었지만 크게 한숨을 들이쉬며 대법원 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에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주재했고, 오후에는 전원합의체 선고를 했다. 대법원은 전직 사법부 수장의 구속에 대한 별도의 성명이나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중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개월 만인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했다. 검찰청사로 향하기 직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정문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자 김 대법원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직후 김 대법원장은 “부끄럽다”며 더 높은 수준의 사과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대표해 국민들에게 허리를 두 번이나 굽혀 사법부의 과오를 반성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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