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래. 일주일에 두 편씩 최소 1년간 올릴 수 있어? 촬영이랑 편집은 누가 해줄 건데?”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하는 실없는 소리를 업계 관계자 A가 일축했다. 가끔 회사 생활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해보는 흰소리다. ‘나도 유튜브나 해볼까?’
요즘 10, 20대가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2017년 EBS 교육방송이 초등학생들에게 ‘닮고 싶은 인물’을 물었더니 4위가 크리에이터 ‘도티’였다. 세종대왕 다음 순위였다. 5위는 이순신 장군. 잘나가는 크리에이터는 한 달에 1억 원 넘게 번다고 한다.
그들의 수익은 거저먹는 벌꿀이 아니다. 봄에 소규모 유튜브 방송국을 열려고 준비하고 있는 B출판사 대표는 이런 상황을 들려줬다.
“카메라 6대를 여기저기 달아놓고 찍을 거예요. 편집 전문가를 따로 두고요. 출연자가 2시간 동안 수다를 푼다고 쳐요. 카메라 6대에 각각 2시간이면 총 12시간 분량의 녹화물이 되잖아요? 그걸 20분 분량으로 압축하는 작업이니까 보통 일은 아니죠.”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말이지 크리에이터들의 피, 땀, 눈물을 존경한다.
그래도 가끔은 기분이 좀 그렇다. ‘크리에이터’라는 작명부터가 께름칙하다. 영어사전을 찾아봤다. 창조자, 창안자, 창작자. 또는 창조주나 하느님. 매우 독창적인 원천 콘텐츠를 손수 만들어 선보이는 크리에이터가 없지는 않겠지만 남이 만든 영화 드라마 화장품을 리뷰하고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이들까지 창조자라 불러야 할지는 의문이다. 유튜브란 기업의 멋들어진 작명이 빛났다고 할 수밖에. 어쨌든 최대한 ‘있어’ 보이지 않는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의 또 다른 선망 업종, ‘인플루언서’도 그렇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란 뜻. 그럴듯한 외모나 이름값으로 인스타그램에 협찬상품을 노출시키는 사람이 많다. 제품 홍보를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모셔야 할 ‘인플루언서님’일 수밖에 없으리라.
“요즘 10, 20대에게 검색 1순위는 녹색 창이 아니라 빨간 창이래요.”
C포털서비스 관계자의 푸념은 빈말이 아니다. 녹색 창은 네이버, 빨간 창은 유튜브다. 빨간 창에서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가 앞으로 더 중요해지리라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든다. 방송심의의 사각지대여서 주제, 소재, 표현방식에 제재가 적다는 것은 플러스만큼이나 마이너스도 될 수 있다.
크리에이터란 직함에 걸맞은 창조적인 콘텐츠, 인플루언서란 호칭에 어울리는 ‘책임감 있는’ 게시물이 얼마나 될까. 사전에서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라는 고상한 단어의 정의부터 수정해버려야 하는 걸까? 이 순간에도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