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일본 해상초계기(P-3C)가 23일 한국 해군 함정을 향해 초근접 위협 비행을 하는 등 명백한 도발을 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을 24일 공개했다. 사진엔 일본이 근접 위협 비행을 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도 명시돼 있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전날 “우리는 위협 비행을 하지 않았다”며 한국 국방부 발표를 부인하자 곧바로 증거 사진을 내놓으며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국방부가 이날 공개한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23일 오후 2시 3분 전후 촬영된 것이다. 당시 이어도 서남방 해역에서 작전 중이던 한국 해군 대조영함 대원들이 열영상 적외선(IR) 카메라와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사진 3장과 함정이 운용하는 대공 레이더가 일본 초계기를 포착했을 당시 화면이 담긴 사진 2장 등 총 5장이다.
대공 레이더 화면을 담은 사진에는 대조영함에서 초계기까지의 거리와 고도 등 표적 관련 정보가 명시돼 있다. 이 사진에는 1월 23일(이하 모두 영어 표기) 14시 03분이라는 일시 정보와 함께 고도 200ft(약 60m), 거리 0.3NM(약 540m)라는 데이터가 찍혀 있다. 일본 초계기가 대조영함 60∼70m 상공에서 위협 비행을 했다는 전날 국방부 발표와 일치하는 수치다. 국방부 사진이 맞다면 전날 일본 방위상이 “(초계기가) 고도 150m 이상을 확보했었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이 아닌 셈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해당 데이터가 시시비비를 가려줄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임을 강조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상임위원회를 열어 “최근 우리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근접 저고도 위협 비행이 반복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야 방위상은 사진 공개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국제 법규와 국내법을 지키며 늘 적절한 경계 감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국 측에 위협을 줄 의도나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일본이 근접 위협 비행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데이터를 공개해 재반박할지도 관심거리였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 합참의장에 해당)은 사진 공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행 데이터는 있지만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해군이 20여 차례 경고통신을 했지만 답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선 “안전한 거리, 고도로 비행하고 있다는 취지로 회답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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