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한마디로 권력기관의 ‘개혁’을 겨냥했다기보다는 각 기관에 부여된 권한을 분산 및 재편하는 ‘방안’이 구상돼 있을 뿐이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는 공룡경찰, 경찰국가라는 퇴행적 격세유전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개혁의 기본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제안된 개정안들은 검사의 직접수사를 제한하고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하도록 구상하고 있을 뿐, 그에 대한 문제와 부작용을 고민하고 방지하는 충분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경찰에 수사권을 독점시키는 개정안은 공안국가인 중국과 형사사법체계와 같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보완수사 요구를 도입하는 점, 검찰의 직접수사를 죄명으로 제한하는 점, 불기소할 사건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종결하는 점 등 그 기본 골격이 너무 흡사하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공안(경찰)국가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찰 수사에 대한 수사지휘 폐지와 수사 종결권의 부여는 통제받지 않는 경찰 수사 지상주의를 낳을 수 있다. 더욱이 국민들에게는 제때 인권침해를 시정 받을 기회가 하나 사라지고 억울한 사법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수사 환경을 생각한다면 첫째, 지역 실정에 관련된 치안과 일반 민생사건의 수사는 광역단위 자치경찰에 맡기고 둘째, 국가적 중대범죄는 사법경찰을 행정경찰과 분리해 별도의 전문 수사기구를 창설하고 나날이 복잡·거대해지는 부패범죄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검사는 수사를 직접 담당하기보다는 사건 초기부터 사법경찰의 수사를 지휘·통제하며 함께 견인해 나가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셋째, 국제적 기준인 ‘수사와 정보 분리원칙’에 따라 강제 수사권을 가진 수사기관이 정보권까지 보유하는 것은 금지되어야 한다. 굳이 독일의 나치 비밀경찰(게슈타포)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해외 주요국은 이미 그 폐해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국내외 정보기관을 각각 별도로 설치하고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가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과거 국회 법사위에서 제정 형사소송법안에 대한 심의를 주도했던 고(故) 엄상섭 의원(1907∼1960)은 ‘입법자로서의 자세’를 아래처럼 설파했다.
“법의 제정에 있어서는 악법을 만든다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정치적, 기타 이해관계와 눈앞의 짧은 식견, 무책임한 얕은 식견, 재물이나 권리를 얻으려는 세속의 견해들이 서로 섞여 혼란을 야기할 때 걷잡을 수 없는 부당한 결과에 빠지고 만다.”
결론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의 중심은 형사 절차에서 국민의 부당한 인권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수사 절차의 정립에 있어야 한다. 정치적, 기타 이해관계에 따른 입법의 개악, 악법의 제정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