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공개된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분석해보면 지역으로는 서울, 금액대로는 초고가(공시가격 기준으로 15억 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이 대폭 올랐다.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9.13%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는데, 이는 서울의 인상폭이 17.75%에 달한 영향이 크다. 지방에서는 경남(0.69%), 충남(1.82%), 울산(2.47%) 등 경기 침체 지역을 중심으로 공시가격 인상률이 예년보다 낮았다.
공시가격 인상이 서울 고가주택 위주로 이뤄지면서 지난해 정부·여당이 고소득자, 대기업 위주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린, 이른바 ‘핀셋 증세’의 재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 각종 세금이 늘어남에 따라 조세 반발이 예상된다. 공시가격이 영향을 미치는 지역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복지제도에서도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 서울 용산, 구(區) 평균 인상률이 35.40%
서울은 역대 최고 수준의 공시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상속·증여세 등 5개 세금의 징수 기준이 된다. 용산구가 공시가격이 35.40% 오르면서 인상률 1위에 올랐다. 이미 한남동 등 부촌(富村)을 중심으로 올해 1년 새 공시가격이 100% 가까이 오른 집도 나타났다. 용산구에 이어 강남구(35.01%), 마포구(31.24%), 서초구(22.99%), 성동구(21.69%) 등 올해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방자치단체 5곳이 모두 서울에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시세 반영률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 만큼, 가격이 급등하거나 고가인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올렸다”고 밝혔다. 주택 가격대별로 보면 시세 25억 원을 넘는 주택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36.49%에 달했다.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21.10% 올랐다. 국토부 측은 “전체 22만 채 표준단독주택 가운데 시세 15억 원 이하 주택 21만6000채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5.86%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서울 외에 다른 광역시도에서는 대구가 9.18% 올라 공시가격 인상률이 서울과 함께 전국 평균(9.13%)을 넘었다. 광주(8.71%), 세종(7.62%)이 그 다음 순이었다.
○ 세금 인상도 고가주택 위주
서울 주요 지역 주택의 보유세 인상분을 추산해보니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의 표준단독주택 평균 공시가격은 지난해 4억3897만 원에서 올해 5억2720만 원으로 20% 넘게 오른다. 평균적으로 내야 하는 재산세는 94만 원에서 104만 원으로 10% 정도(약 10만 원) 오른다.
하지만 평균 주택가격이 30% 넘게 오른 용산구, 강남구, 마포구 등지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보유세 연간 인상률 상한선(50%)까지 오르는 주택이 적지 않다. 마포구 연남동의 한 주택은 지난해 12억2000만 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23억6000만 원으로 93.4% 올랐다. 용산구 한남동의 다른 주택은 8억4000만 원에서 13억9000만 원으로 65.5% 올랐다. 이들 주택은 올해 보유세 인상률이 50%로 똑같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보유세 상한선에 걸려 50%만 인상됐지만 올해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더 이상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세금은 매년 50%씩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의 한 주택은 올해 공시가격이 13.6% 올랐지만 가격 자체가 2억5900만 원으로 낮아 세금 인상분도 2만 원 남짓(약 5%)에 그쳤다.
서울 세금 인상의 여파는 현실에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고가주택 소유자 가운데 은퇴한 다주택자가 많은데 이들은 재산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물로 내놓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공시가격발(發) 복지 탈락 “대책 마련할 것”
공시가격 인상으로 고가주택 소유 노인의 기초연금 탈락, 취약계층 학생의 장학금 수혜 탈락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서민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대다수 중저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인상 폭이 낮아 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만 일부 저소득층 가운데 복지 혜택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수급자 선정 시 재산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시가격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건강보험료다. 지난해 말 기준 지역가입자 768만 가구 중 325만 가구가 집이나 토지에 대한 재산 보험료를 부담했다. 재산 보험료는 60등급으로 나눠 부과하는데, 공시가격이 올라도 등급이 바뀌지 않으면 보험료는 변함없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는 집값을 포함하는 재산 보험료가 건보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낮춰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험료 인상 부담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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