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직업-출신 차별없는 문화 자랑”
25일 서울서 ‘호주의 날’ 행사
“호주 총리는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뒷좌석에 앉는 일이 없어요. 총리가 운전사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49·사진)는 “출신 배경, 직업에 상관없이 모두를 동등하게 대하는 것이 호주의 강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잊을 만하면 ‘갑질 논란’이 터지는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다. 호주 최대 국경일인 ‘호주의 날’(26일)을 앞두고 23일 서울 종로구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최 대사는 “나와 내 가족도 호주의 다양성, 개방성에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2016년 12월 부임한 최 대사는 최초의 한국계 호주대사다. 4세 때 가족과 호주로 이민했지만 기자가 한국어로 질문해도 바로 이해할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다. 집에서는 한국어를 썼다는 그는 “호주 사회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호주에서는 이민자가 자신의 출신 배경을 숨길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이민자 정체성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다문화학교 ‘해밀학교’의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원 고성∼서울까지 자전거 국토 횡주를 하며 직접 다문화 가치 홍보에 나섰다.
최 대사의 외교 행보도 ‘개방적’이다. 대(對)정부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마라톤대회 참여, 대학 강연 등 한국 시민들과 접촉점을 넓히는 공공 외교를 활발히 펼친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직접 사진과 글을 올리는 등 일상생활도 공유한다. 그는 “나 역시 대중과 교류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호주의 날 행사도 최 대사가 강조한 내용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날 주한 호주대사관은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먼저 열리는 ‘호주오픈’ 준결승전을 생중계한다. 최 대사는 “정현 선수가 지난해 로저 페더러 선수와 준결승을 치르는 활약을 보여준 덕에 양국이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올해엔 한국 시민들과 대회를 함께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비상주 북한대사도 겸임하는 최 대사는 북한 비핵화 협상 과정에 대해 “‘물컵이 반이나 찼다’고 말하고 싶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호주를 제안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거리가 멀어서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인도-태평양전략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국제법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국만의 규칙을 만들려 한다”며 “한국 호주 등 뜻이 비슷한 중견 국가들이 힘을 합쳐 ‘규칙에 입각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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